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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석열 정부 1년 반 외교안보 성적표…‘코리아 리스크’ 커졌다

등록 2023-12-24 18:21수정 2023-12-25 09:00

[문정인 칼럼] 보수 지지층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생존(안보), 번영(국익), 국격이라는 외교안보정책의 3대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나라 안팎에서는 한국의 안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리아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간의 성과를 냉정히 돌아보고 겸손과 신중, 중용과 열린 자세로 외교안보정책을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문정인|연세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평가는 박하다. 긍정 평가가 30%대 중반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외교안보 분야는 예외다. 특히 보수 지지층에서는 윤 대통령이 생존(안보), 번영(국익), 국격이라는 외교안보정책의 3대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윤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며 대북 억제력과 한-미 동맹을 강조해왔다. 북핵 대응 3축체계의 조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한-미 연합훈련의 빈도와 강도도 빠른 속도로 늘렸다. 또한,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 확장 억제의 제도화를 구체화하고 있는가 하면, 내년 여름 을지프리덤실드(UFS) 훈련에서는 핵 작전 연습도 처음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한·미·일 3국 군사공조는 물론 나토를 포함한 주요 우방국과의 안보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국가안보라는 어젠다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나라 안팎에서는 한국의 안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외국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에 이은 다음 분쟁 발화 지점으로 대만해협이 아닌 한반도를 꼽았다. 프랑스의 한 투자은행이 500여 투자회사를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는 북한을 러시아, 이란과 더불어 세계 경제에 대한 3대 ‘지정학적 악당’으로 지목하고 있다. 코리아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남북 모두 선제타격과 대량응징보복이라는 공세적 교리로 전환한 가운데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무효가 되고 남북 통신선은 전면 차단됐다. 서해, 비무장지대, 동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전면적 군사 마찰, 나아가서는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이들은 염려한다.

이러한 우려는 안보 환경의 변화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현 정부 들어와 북한은 주적, 러시아는 적대, 중국은 거의 준적대 관계로 규정되고 있다. 이는 북-러 관계의 밀착과 북·중·러 3각 협력 체제의 가시화를 부추기며 과거 냉전 시기의 위태로운 안보 환경으로의 회귀를 예고하고 있다. 외교적 노력을 통한 전쟁 예방보다 전쟁 불사론을 펴는 윤 정부의 고압적 공세주의 또한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외눈박이 외교안보정책이 가져온 모순적 결과다.

국익은 어떤가. 윤 대통령은 취임 후 90여일간 25개국을 순방했고 다자외교 무대에서 90여개 국가와 정상회의를 했다. 경제에 역점을 둔 외교 행보다. 그러나 정부 홍보와 달리 정작 피부에 와닿는 민생경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연초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유치했다는 300억달러 투자는 아직 구체적 진전이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업으로부터 558억달러 투자 유치를 했다고 자랑하는 데 반해, 정작 미국의 대한국 투자는 70억달러에 그친다. 영국 국빈방문 양상도 비슷하다. 대통령의 정상외교 행보가 한국 경제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는 ‘퍼주기’ 자해 외교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는 이유다.

경제 안보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요소수 사태를 보자. 2021년 67%였던 중국산 비중이 올해 다시 91%로 급증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무역선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이해한다. 그러나 ‘경제, 기술 동맹’ 구축이라는 과도한 미국 편향은 한-중 경제 관계에 부정적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한-일 관계만 해도 그렇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 윤 정부는 강제동원 제3자 배상,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용인 등 파격적 양보를 거듭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일본의 상호주의는 없다. 이 또한 ‘뺄셈의 국익 외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 비상하겠다는 ‘국격’ 전략 역시 성적표는 초라해 보인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가 단적인 사례다. 주요 7개국(G7) 등 선진국의 지원을 받았지만 ‘글로벌 사우스’라는 커다란 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 추종 국가’라는 국제적 이미지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자유, 인권, 민주주의의 십자군을 자임하는 한국의 세계언론자유지수(국경없는기자회 평가)는 2019년 41위에서 2023년 47위로 하락했다. 이코노미스트의 민주주의지수에서도 한국 순위는 2021년 16위에서 2022년 24위로 떨어졌다. 윤 대통령이 아르이100(RE100)을 대체하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무탄소 연합’ 구상에 대한 국제사회 반향 역시 냉담하다.

국민적 합의 도출의 실패는 더 심각하다.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생각이 다른 이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념 과잉의 독단과 오만은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간의 성과를 냉정히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바탕 위에서 겸손과 신중, 중용과 열린 자세로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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