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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백민의 해법기후] 1.5℃ 너머의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등록 2024-01-14 18:49

2019년 6월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Go! 그린캠퍼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장에 펼쳐진 ‘1.5℃’는 기후변화에 따른 파국을 막기 위한 지구 온도 상승 제한폭인 1.5도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2015년 12월12일, 프랑스 파리 르 부르제에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체결되었다. 산업화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는 지구온도의 상승폭을 1.5℃ 이내에서 막아내자는 내용에 197개국 정상들이 합의하였다. 외신들은 앞다투어 파리협정 채택 소식을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타전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와 지구를 위한 기념비적 승리”라고 자축하였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선포한 인류의 담대한 약속은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상황이 과히 좋지 못하다. 며칠 전 유럽의 한 연구소는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48℃ 올라 파리협정 때 약속했던 1.5℃에 바짝 다가섰다고 발표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파리협약은 안타깝게도 체결된 지 7년 만에 인류가 지켜내지 못한 숱한 국제협약 중 하나로 기록될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기후 관련 지식이 해박한 분들이 아니라면 지구온도가 1.5℃를 곧 넘어설 것이라는 소식은 두려울 수 있을 것 같다. 필자 주변에도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곧 멸망하는 거 아닌가, 하고 물어오는 분들이 많다. 1.5℃를 넘어서면 우리에겐 어떤 일들이 생길까? 일단은 안심하시라. 1.5℃가 넘어가더라도 당장 여러분들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수년째 언론에 도배되고 있는 지구촌 극단적인 기상현상들에 관한 뉴스가 좀 더 잦아질 테지만,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우리의 능력 또한 비약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한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인류 생존을 위한 기후위기 한계선이라는 거창한 의미가 부여된 1.5℃라는 수치는 과학에 근거하여 엄밀하게 설정된 수치가 아니다. 애초에 과학자들이 제안한 파리협정의 온도 상승폭 목표치는 2℃였다. 따라서, 이보다 0.5℃ 낮은 목표치 설정은 지구온도 상승을 저지하겠다는, 기후변화 대응에의 인류의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따라서, 1.5℃를 넘어섰다고 해서 그 자체로 지나친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분명히 세계는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목표치를 설정하고 더더욱 가열찬 기후위기와의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희망적인 뉴스도 들려온다. 지구 온도를 잡기 위한 싸움이 힘겹긴 하지만 우리 인류는 파리협약 이후 빠르게 화석연료 퇴출과 에너지 전환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류의 탄소 배출량이 2025년께 정점을 찍고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지난 연말 발표한 바 있다.

탄소 배출량 정점의 도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소식은 앞으로의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인류가 기후위기로 인해 멸망할 것이라는 기후위기 멸망론이 더는 설 곳이 없다는 의미를 지닌다. 기후위기 멸망론은 대개 인류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살아갈 때 다가올 미래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탄소 배출량 정점의 도래는 지난 10여년간 빠르게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태양광, 풍력, 배터리 등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 기술들의 위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이 화석연료를 충분히 대체하며 빠르게 인류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갈 비장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숫자는 숫자일 뿐, 1.5℃를 넘어서도 인류는 결국 답을 찾아낼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다만,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격렬할 것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보급에서도 아직 초기 단계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참으로 녹록지 않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국가가 에너지 전환에 올인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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