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란 | 진주 ‘지역쓰담’ 대표
눈앞에 지리산 능선과 천왕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햇볕 따뜻한 오후 남강 가에 갔더니 겨울 남강은 새들의 안식처다. 왜가리, 큰고니, 비오리, 물수리, 청둥오리, 붉은머리오리…. 100여종이 찾아든다. 남강 도심 강폭은 300m가 넘는다. 강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경남서부 식수원인 진양호와 남강댐이다.
경남에는 3개의 큰 강이 흐른다. 낙동강, 섬진강, 남강이다. 낙동강은 경남동부 의령·함안과 창녕을 경계로 흐르고, 섬진강은 경남서부 하동 19번 국도를 끼고 흐른다. 그리고 남강. 경남서북 남덕유산에서 첫 물길을 이뤄 지리산 물길과 합수해 경남동부 내륙으로 흐른다. 길이 182㎞로 흔히 ‘남강 오백리’라고 한다. 낙동강수계 제1지류로 경남 6개 지역을 타고 흘러 낙동강과 합수한다. 중상류 지역에 남강댐이 있다.
남강댐은 1969년 준공한 다목적댐으로 현재는 저수량을 늘려 2001년 준공한 2차댐이다. 남강댐 물은 진주·통영·거제·사천·고성·남해·하동 7개 시·군 주민 100여만명에게 하루 484만여t 공급된다. 생활·공업·하천유지 등이 용도다. 낙동강과 섬진강이 지리적 문화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남강은 인지도가 낮다. 경남 사람들조차 잘 모르거나 무관심한 강이다. 하지만 부산경남 물 공급이 주제가 되면 초집중된다. 지리산권역 댐 건설은 결국 남강 물 이야기다.
지난해 10월 지리산댐 건설‘설’이 다시 나왔다. 신규 댐 건설 전면 중단을 선언한 지 5년 만에 환경부가 댐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환경부는 극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치수 패러다임 혁신 정책을 수립, 전국에 신규 또는 재개발 댐 10곳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리산 케이블카 건립에 5개 시·군이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댐 건설까지….
‘지리산 덕산댐’이라 했다. 지리산에서 발원한 두 물길이 합수하는 지점이 산청군 시천면으로 그 일대 중심지인 덕산 덕천강이다. 덕천강은 서부경남 취수원으로 1급수이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남강 오백리 물길의 지류로, 진양호에서 남강 본류와 합수해 낙동강으로 흐른다. 이번 덕산댐 건설‘설’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먼저 불거졌고 일부 언론에서 그대로 베껴 공공연하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정작 관할 기초단체인 산청군은 계획 여부를 몰랐다는데 ‘댐 건설은 산청군의 1000년 대계’ ‘1인당 10억원씩 보상금’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겼다.
이에 진주에서 ‘머라카노, 그 계획은 전면 중단됐다 아이가’라며 즉각 나섰다. 덕산댐 건설은 경남서부지역 주민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이다. 남강물을 가져가 부산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부산시는 경남 남강댐 물 공급 요구를 전면 중단하겠다 선언하고 낙동강 하굿둑 수문을 개방해 오염원을 관리하고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부산시 물 공급을 위한 2021년 검토된 지리산 덕산댐 건설 규모는 산청군 시천면·삼장면 일원 높이 100m, 길이 150m, 유역면적 247.86㎢, 총저수량은 10억8000t이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지리산 덕산댐 건설…. 이들 개발사업이 수십년 동안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하는 것은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로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들이 기회만 되면 치고 나온다는 것을. 또한 그 세력이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물론 언론과 용역업체, 개발공사들, 대규모 건설회사와 지역 토건업자 그리고 표심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머지않다. 그래서인지 덕산댐 건설‘설’에 시민들은 한마디로 정리한다. “아따, 선거철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