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저와 우리당은 정치도 진실을 갖고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했습니다만, 아직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깊이 반성합니다.”(5월16일 정동영 의장)
“정권 재창출과 국회 과반수 확보라는 두 번의 격려를 받았지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감히 요청합니다. 세번째 격려가 필요합니다.”(5월15일 김근태 최고위원)
열린우리당은 요즘 공황 상태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장을 뛰는 열린우리당 후보나 의원들은 두 가지 비판을 많이 듣는다. ‘무능하다’와 ‘싸가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그런다면 몰라도, 과거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하는 말이라 그냥 넘길 수가 없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근거가 있는 비난일까? 왜 그런지 이유를 묻고 또 물었다. 윤곽이 어렴풋이 잡힌다.
‘무능론’의 첫번째 원인은 경제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니 중산층과 서민은 죽을 맛이다. 노무현 정부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지만, 지금은 ‘사실은 경제를 모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이 늘었다.
위기 대처도 잘 못한다. 경기 평택 대추리에서 군과 시위대가 직접 충돌하는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차치하고, 현 정권의 갈등조정 능력, 위기관리 능력에 회의를 품게 됐다.
무능하다는 지적에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서는 ‘억울하다’는 항변이 나온다. ‘우리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바로 그게 문제다. 현 정권은 주로 ‘부작위의 업적’을 쌓았다. 국민들 위에 군림하지 ‘않았고’,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을 통제하지 ‘않았다’. 뭔가를 ‘한’ 것이 있긴 있을 텐데, 그게 잘 안 보인다.
‘그럼 한나라당은 유능하냐’는 반박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유능한지 무능한지는 모르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은 유능하다. 청계천과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이라는 업적이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경부운하를 뚫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토목 공화국’을 만들려고 하느냐는 반박이 있지만, 어쨌든 뭔가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는 미래를 파는 사업이다. 열린우리당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싸가지론’도 실체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 사람들이 내가 예뻐서라기보다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찍은 것 아니냐”(2003년 9월17일), “열린우리당 창당은 호남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2005년 9월7일)고 말한 일이 있다. 발언은 지금도 민주당 쪽에서 유통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27명은 지난 3월15일 지방선거 연대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고건 전 총리를 비난했다. ‘무임승차는 용납 못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뒤에는 고 전 총리를 하이에나에 비유한 의원도 있었다. 고건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말은 생각이 입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싸가지 없는’ 말은 착각과 오만에서 나온다. 2002년 12월18일 밤 정몽준 의원이 노무현 민주당 후보 지지를 철회하자,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으려던 생각을 접고 노무현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2004년 4·15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구하자고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열린우리당을 찍은 유권자들도 많았다. “정권을 지들이 잘나서 잡았다고?”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열린우리당의 반성이 잘 안 먹히는 이유다. 선임기자 shy99@hani.co.kr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27명은 지난 3월15일 지방선거 연대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고건 전 총리를 비난했다. ‘무임승차는 용납 못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뒤에는 고 전 총리를 하이에나에 비유한 의원도 있었다. 고건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말은 생각이 입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싸가지 없는’ 말은 착각과 오만에서 나온다. 2002년 12월18일 밤 정몽준 의원이 노무현 민주당 후보 지지를 철회하자,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으려던 생각을 접고 노무현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2004년 4·15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구하자고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열린우리당을 찍은 유권자들도 많았다. “정권을 지들이 잘나서 잡았다고?”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열린우리당의 반성이 잘 안 먹히는 이유다. 선임기자 shy99@hani.co.kr
연재성한용 칼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