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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부동산 정책의 팽두이숙 / 김용창

등록 2006-06-14 20:46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5·31 지방선거 결과 지방정부는 한나라당의 사실상 일당독재 체제로 굳어지면서 열린우리당이 매우 황망한 지경에 처했다. 타개책으로 댓바람에 들고 나온 것이 부동산 정책, 특히 부동산 조세 정책의 변경 검토다. 이제나저제나 틈을 노리던 언론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시장은 ‘옳거니 조금만 더 버텨 보자’는 기류다. 그러나 그간의 쓰라린 경험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바뀌는 국면에서 우리나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는 토지·주택에 대한 정책적 수단을 모두 상실하였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국가파탄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터지면서 이를 손쉽게 극복하려는 수단으로서 김대중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였다.

98년부터 2002년 사이에 그린벨트 규제 완화, 개발부담금 부과 중지, 재건축 활성화, 분양가격 자율화, 주택 전매행위 제한 폐지, 주택 청약제도 완화, 주택 건설자금 지원 확대, 토지거래 신고·허가 구역 전면해제, 토지거래 신고제 폐지, 분양 중도금 지원, 분양권 전매 허용, 택지소유 상한제 폐지, 외국인 토지 취득제한 전면 폐지, 취득세·등록세 면제, 토지 초과 이득세제 폐지, 양도소득세 면제·인하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 결과 자산격차의 심화, 천정부지의 분양가격 상승, 노동의욕 상실, 부동산을 둘러싼 내전 등과 같은 혹독한 성과 외에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던가?

지금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 실거래가 신고제, 공공 임대주택의 확대, 부동산 관련 비노동 소득의 환수 등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부동산 정책기조를 가까스로 정비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조세구조의 개편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였지만 무지막지한 군사정부 시절에도 달성하지 못했던 정책이다.

현 부동산 조세 정책이 일반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공시한 주택가격을 보면 전체 공동주택 871만채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6억원 초과 주택은 14만740채로 수도권에 14만329채가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지방은 411채에 불과하다. 부산 190, 대구 197, 대전·충남 24 등 지방 소재 411채의 주택에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지방에서 참패한 것일까? 단독주택의 경우는 약 430만채 가운데 6억원 초과 주택은 1만7443채로 수도권에 1만7048채가 집중되어 있고, 지방은 395채다. 이를 두고 또 부동산 편가르기라고 둘러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비판하는 작금의 사태가 옳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유세와 양도세 등에 대한 부동산 조세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핵심 줄기에 해당하는 부동산 정책의 ‘팽두이숙’(烹頭耳熟)도 아니고, 지방선거 패배 모면의 팽두이숙도 아니다.

1791년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간수는 높은 탑에서 죄수를 감시할 수 있지만 죄수는 간수가 감시하는 것을 알 수 없는 특수한 원형감옥(판옵티콘)을 설계하여 죄수들을 교화하려고 하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부동산이라는 원형감옥에 갇혀 살도록 앞장서서 교화하는 여론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평생 부동산이라는 원형감옥에 갇혀 인생을 부동산의 덫에 허비하고 스스로 통제·감시당하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할 사회는 분명 아니다. 아무리 도마 위의 고기가 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지만 못된 소나무에 솔방울만 많은 형국이다.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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