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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과경제] 남유럽발 금융위기를 보며 / 이강국

등록 2010-05-12 21:54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가 넘는 그리스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비슷한 문제를 지닌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영국에까지 번져나갈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로화가 급락하고 다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혼란 끝에 지난 주말 유럽 국가들은, 금융위기가 다른 유럽 국가들로 퍼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유로존의 붕괴를 막기 위해 7500억유로 규모의 유럽연합(EU) 재정안정기금을 설립하는 데에 합의했다. 또한 채권시장에 개입하기를 꺼리던 유럽중앙은행도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급한 불은 껐지만, 이러한 조처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이번 조처로 유럽 국가들은 시간을 벌었지만, 이들이 빚을 줄이고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특히 방만한 재정 문제와 만연한 부패 문제를 지닌 남유럽 국가들은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정치적 반대를 뚫고 이를 실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유럽은행의 국채매입은 장기적으로 유로화 가치를 더욱 하락시키고 환투기세력에 기회를 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는 남유럽뿐 아니라 선진국 모두에게 심각한 고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 전체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 대비 2007년 약 1%에서 2009년 약 8.7%로 급등했다. 2010년에는 미국, 일본 모두 국내총생산의 약 10%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각국 정부가 케인스의 오랜 제언대로 위기로 인한 경제의 붕괴를 막고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며 막대한 공공자금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파산한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떠맡기 위해서도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대마불사 논리로 금융기관들을 구제해주는 것을 보며, 하버드대의 보수적 역사학자 퍼거슨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주장했던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덕분에 시스템의 붕괴는 면했지만 재정지출과 국가부채가 급등했다. 이로 인해 몇몇 나라들에서는 금융위기의 마지막 단계인 국가재정 위기(sovereign crisis)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세계의 금융시장이 통합되고 엄청난 투기자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상황에서, 선진국 그리고 유럽에서도 가장 취약한 고리인 그리스에서부터 이런 위기가 현실화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미 연초부터 소로스 등 헤지펀드들의 유로화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메르켈 등 여러 유럽 정치인들은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의 재무장관은 유럽의 이번 구제금융 조처를 투기세력에 대한 승부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적 투기자본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면, 역시 경제의 튼튼한 운용을 통해 이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다.

한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다른 선진국들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 증가속도는 최상위권이다. 우리나라도 나라살림에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낭비나 그 효과가 의심스러운 대규모 공공건설 프로젝트 등은 90년대 일본의 실패한 경험과 놀랄 만큼 비슷해 보인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지만, 방만한 나라살림은 또다른 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의 높은 금융개방 수준을 생각하면 건전한 경제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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