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정부가 자장면 한그릇 값을 2000원 이하로 묶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식당 주인은 자장면의 양을 줄이거나 질이 떨어지는 양념을 쓸 것이다. 규격이 정해진 상품의 가격을 통제하면 공급자는 제품을 암시장으로 빼돌릴 것이다. 정부의 가격 규제는 이처럼 겉보기 가격은 안정시키지만,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가 어떤 비용도 치르지 않고 법적 규제만으로 가격을 낮추려는 것은 손대지 않고 코를 풀려는 격이다.
이자율 규제도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정부는 법정 이자율 상한선을 얼마든지 낮게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자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신용이 나빠 이자상한선 이하 금리로 대출해주기 불안한 이들에게는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신용이 나쁜 이들은 결국 불법 사채시장에서 불법 거래에 따른 위험 수수료까지 물고 돈을 빌려야 한다.
이런 부작용이 있는데도 일본 등 많은 나라가 이자율 상한선을 법으로 규제한다. 돈거래는 상품거래와 다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자가 요구하는 이자율은 신용이 나쁜 사람일수록 높기 마련이다. 이들은 고리를 물 뿐만 아니라,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더 큰 ‘빚의 덫’에 빠지기 쉽다. 이들이 빚의 덫에 걸려들게 해, 더 큰 이득을 노리는 대출을 ‘약탈적 대출’이라고 한다. 이자제한법은 이런 약탈적 대출을 금지하고 무효로 만드는 법이다.
법무부가 외환위기 이후 폐지했던 이자제한법을 되살리기로 했다. 골칫거리는 이자 상한선이다. 너무 높으면 약탈적 대출을 막기 어렵고, 너무 낮으면 불법 사채시장을 키운다. 법무부가 내놓은 연 40%의 이자율 상한선은 5년 뒤 원리금이 원금의 다섯 배를 넘는다. 그래도 현행 대부업법의 이자 상한선인 연 66%를 적용해 원리금이 12.6배로 불어나는 것보다는 낫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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