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성경 마태복음에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는 구절이 있다. 부자가 존경받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우리 속담에도 비슷한 시선이 담겨 있다. 오죽하면 돈 버는 과정을 ‘개같다’고 했을까.
세계에서 두번째로 돈이 많은 부자인 미국의 워런 버핏이 37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5조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주식투자 전문가인 그도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는 걸까. 적어도 개처럼 벌지는 않은 것 같다. 워런 버핏의 철학은 ‘가치투자’다.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추구하지 않고 저평가된 좋은 기업의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다. 컬럼비아대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이었을 뿐아니라 어릴 때 스스로 배운 교훈이기도 했다. 11살 때 처음으로 주식 3주를 38달러씩에 사서 얼마 뒤 40달러에 팔았다. 하지만 몇 해 뒤 주당 200달러가 되는 것을 보고 배웠단다.
그래서 그의 회사에는 흔한 주식 분석가나 투자위원회가 없다. 사무실에는 주식시세가 춤추는 스크린이나 컴퓨터가 없다. 50년 동안 두차례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위법 사항이 없었다.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하다. 번호판이 ‘검약’(thrifty)인 그의 자동차는 2001년식 링컨 타운카 중고차이며, 58년 3만1500달러에 산 오마하 집(현 시가 50만달러)에서 지금껏 살고 있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기업인 1위에 꼽히는 이유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는 상속세와 배당세 폐지에 빌 게이츠와 함께 앞장서 반대했다. 소득세 삭감도 부자에게 유리하다며 반대한다. 그는 “감세할 돈을 세금 환급으로 저소득층에게 돌려주자”고 말한다. 이 정도 부자라면 천국 갈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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