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불량물건’ 장기 무사고 운전자 / 신종원

등록 2006-07-09 20:33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나라살림가족살림
최근 자동차보험과 관련한 통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연간 8조7천억원 안팎의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지난해 보험사들은 6500억원의 적자를 보아 누적적자가 5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보험료 수입 중 보험금 지출 비율을 뜻하는 손해율이 76%에 이르러 기준치 72%를 웃돌아 우려 수준이라는 통계도 낯설지 않다.

대통령도 자동차보험의 재정구조에 대해 걱정을 했다고 하고, 또 금융감독기관과 손해보험 업계에서도 자동차보험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들을 내놓고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이 민간 보험이면서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사실상의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특수성을 감안해 보면 이해가 간다. 자동차보험은 피해자를 위한 치료, 보상 등 재난 대비 기능뿐 아니라, 사고 때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형사특례 기능까지 있어, 사실상 법률적 뒷받침을 받으면서 사회안전망의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한 공청회에서 자동차보험 요율 개편 방안이 나온 바 있다. 우선적으로 제시된 것이 장기 무사고 할인 운전자들의 손해율이 높으므로 할인율을 축소하자는 안이었다. 현재 7년 이상 무사고인 운전자들의 경우 기준 보험료에 비해 60% 할인을 받는데, 할인폭을 축소해 12년 무사고에 이를 경우 60% 할인율 적용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장기 무사고자들의 경우 보험료는 기본 가입자에 비해 40%만 내는 반면 사고를 내어 나가는 보험금은 50%이기 때문에 보험사에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오래전부터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을 소위 ‘불량물건’으로 취급하여 인수를 꺼려온 실상의 반영이기도 하고,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손보사들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7년 이상 한번도 보험사고가 없던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에게 매우 불쾌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이와 상관없이 이를 현재 자동차보험 정상화의 우선적 과제로 내놓은 것이라면 잘못되었다. 정책은 방향과 우선순위의 선택 문제이다. 그동안 교통사고 관련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고를 줄이는 것이었다. 무사고 할인제도는 운전자의 안전운행 노력을 뒷받침하는 데 기여해왔으며 사고율도 크게 줄었다. 사고율의 감소에 비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개선이 미흡한 것은 보상금 상승 이외에도 경영문제, 자동차보험금 사기 등 누수문제를 포함하여 이유가 많다.

관련 기관의 추산으로 연간 6천억원에서 최대 1조5천억원, 지급보험금의 10% 내지 25%에 이르는 큰 규모의 자동차 보험금 누수가 있다고 한다. 접촉사고 환자 10명 중 7명이 입원하고 있는 우리에 비해, 일본은 10명 중 1명이 입원하고 있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자동차보험을 정상화할 수 없다. 작은 시장에 점유율 27%로부터 1%까지 국내 14곳, 외국 6곳 등 20개 회사가 경쟁을 하고 있다. 경영 쇄신을 포함하여 시장 구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보험 사기 예방, 가짜환자 근절 등 보험금 누수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접근 외에, 입원환자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캠페인 등 사회적 노력이 함께 시도되어야 한다. 운전자들이 자동차 보험에 기여하도록 하는 길은 사고를 내지 않아 결과적으로 장기 무사고 운전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운전자들에 대한 유일한 유인책인 무사고 할인율에 손대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탄핵 윤석열!’ 그다음은? [세상읽기] 1.

‘탄핵 윤석열!’ 그다음은? [세상읽기]

아파트 경비의 3개월짜리 계약서 [6411의 목소리] 2.

아파트 경비의 3개월짜리 계약서 [6411의 목소리]

국회선 ‘김건희 국감 공방’, 김 여사는 ‘순방’ [10월7일 뉴스뷰리핑] 3.

국회선 ‘김건희 국감 공방’, 김 여사는 ‘순방’ [10월7일 뉴스뷰리핑]

‘김’이 곧 국가다? [아침햇발] 4.

‘김’이 곧 국가다? [아침햇발]

담배와 스마트폰 [유레카] 5.

담배와 스마트폰 [유레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