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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뽑기식 주택청약제’ 확 바꿔야 / 김용창

등록 2006-08-16 18:25수정 2006-08-16 20:01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오랫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 없이 널뛰는 바람에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최근에는 온갖 반대와 논란을 무릅쓰고 보유세 강화, 부동산 실거래가 기반정비, 불로소득 환수 등의 정책에서 원칙을 세우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주택청약 제도를 28년 만에 확 바꾸면서 새로운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금융결제원 집계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새로 건설한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입주자 저축 가입자의 68.9%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한다. 청약주택 규모에 제한이 없는 청약예금 가입자는 수도권이 74.7%에 이른다. 그리고 입주자 저축 순위는 1순위가 전체의 58.2%, 이 가운데 청약예금이 55.5%를 차지하며, 분양웃돈을 바라볼 수 있는 25.7평 이상 중대형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 가입자는 청약예금 1순위자의 67.0%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수도권 지역 가입자와 중대형 주택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청약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공공주택을 빼고는 기본적으로 ‘뽑기 방식’으로 공급하는 상황에서, 청약제도가 집이 없는 사람의 내집 마련 의미보다는 아파트 분양 웃돈을 추구하는 잠재적 투기집단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수요자 중심의 내집 마련 기회를 높인다는 청약제도 취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온국민을 줄세워 놓고, 잠재적 투기꾼으로 만들고 있는 현재의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때마침 정부는 부양가족, 소득, 무주택 기간, 가구주 연령, 가입기간, 부동산 자산 등의 항목을 고려하여 뽑기 방식이 아닌 ‘가점제’ 방식을 도입하는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분양웃돈 때문에 관심이 큰 25.7평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도 채권액을 많이 쓴 사람을 당첨자로 정하는 채권입찰제를 유지하되 가점제를 병행하기로 하였다. 인기가 높은 지역에서는 대부분 채권 상한액을 써 넣을 것이기 때문에 동점자일 경우 가점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번 가점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부양가족의 경우 1977년 ‘국민주택 우선공급에 관한 규칙’ 제4조와 78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3조에서는 제1순위자에 경쟁이 있을 경우 영구불임 시술자에게 우선순위를 주었다. 이것이 28년 만에 정반대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할 때 정당한 것이다.

새로운 청약제도에 대해 ‘넓은 주택으로 갈아타기 어려움’, ‘가족수가 적은 근로자나 신혼부부, 독신가구, 이혼가구의 불리함’, ‘세대 역차별’, ‘자영업자에 비해 소득이 투명한 직장인의 불리함’, ‘시기가 부적절한 헛발질 정책’, ‘탁상행정’ 등 비난 여론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자산소득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또다시 집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새로이 집을 지어도 시장에 실질적으로 공급되는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점제 방식의 기본 취지를 흔들 이유가 없다.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주택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때까지는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 질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점제 방식에서 더 나아가 기회를 부여하되 당첨자의 경우는 기존 주택에 대한 강제 매각이행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거품지역(버블 세븐 등)과 같은 특정 지역에 대해 앞으로는 두 채(2주택) 이상 소유제한 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용창 세종대 교수·부동산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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