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통계를 두고 가장 신랄한 비판을 한 사람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다. 그는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환장할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디즈레일리의 말에는 통계에 대한 짙은 불신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어디 그게 통계의 잘못인가? 모든 통계는 조사 과정에 이런저런 흠이 있기도 해도 진짜 문제는 그것을 멋대로 해석하는 데서 생긴다.
재미있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고경영자가 부하직원에게 “1 더하기 1은 몇이냐?”고 물으면 수학을 전공한 이는 “2다”고 대답하고, 통계학을 전공한 이는 “2가 될 확률이 99%”라고 대답하는 데, 경제학을 전공한 이는 최고경영자에게 조용히 다가가 귓속말로 이렇게 속삭인다는 것이다. “몇으로 만들어 드릴까요?” 이 이야기의 ‘최고경영자’를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조직의 리더로 바꿔도 뜻은 같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통계지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성장률과 경기종합지수를 보고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경기의 본격 하강을 거론하는 반면, 정부와 한국은행 쪽은 괜찮다고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영향 분석 결과를 놓고도 믿네 못 믿네 논란이 요란하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영향에 대해서는 경기도와 기타 시·도가 통계수치를 들이대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은 논쟁 과정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근거들만 들이대는 법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려면, 누군가는 공익 관점에서 무엇이 옳은지를 얘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 가치판단이야 어떻든, 사실은 정확히 얘기한다는 믿음을 주는 조직이나 기관, 사람이 있어야 한다. 믿을 만한 관리·학자·언론이 드물어진 사회에선 정치적 의사결정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크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