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1983년)라는 <한국방송>의 이산가족찾기 방송과 함께 우리나라 방송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램 중 하나가 <문화방송>의 ‘대학가요제’다. 참여도가 낮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1977년 9월 첫 대회를 시작했으나 90년대 초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뽕짝 계통의 트로트 일색이었던 당시 가요계에 그룹사운드로 무장한 대학생 가수들의 새로운 음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때 본선에서의 수상은 곧 가수 데뷔를 의미했다. ‘돌고 돌아가는 길’로 2회 금상을 받은 노사연씨가 대표적이다. 배철수, 심수봉, 김학래, 유열, 전유나, 신해철, 조하문, 김경호씨 등도 대학가요제 출신이다. 대학가요제가 영광을 잃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음반기획사가 등장해 재능 있는 어린 청소년들을 발굴해 가수로 키우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면서부터다. 첫회 대학가요제 사회를 맡았던 이수만씨가 본격적인 음반기획사 시대를 열었던 것은 시대의 역설이다.
지난달 30일 30회 특집으로 이수만씨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대학가요제가 논란에 휩싸였다. 네티즌들이 가장 잘 불렀다고 평가했던 ‘뮤즈그레인’이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하자, 점수를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노래 ‘인투 더 레인’은 재즈를 바탕으로 여러 장르를 섞은 곡으로, 독창성과 함께 색다른 창법이 돋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심수봉씨의 ‘그때 그 사람’ 역시 2회 대학가요제 때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 네티즌들의 화가 좀 풀릴까. 중요한 것은 수상 여부가 아니라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꾸준한 사랑이다. ‘잘 부탁드립니다’로 지난해 대상을 받았던 이상미씨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가 너무 일찍 식고 있는 데 대한 네티즌의 책임을 거론하면 너무한 걸까.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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