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아무리 개를 사랑한다 한들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5대 장군(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를 감히 넘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1687년 동물살상 금지령을 내려 개, 고양이, 새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조개붙이까지도 죽이거나 먹지 못하게 했다. 그의 명령은 매우 엄격해서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였다는 이유로 유배형을 당하거나 심지어 할복자살 명령을 받은 이도 있었다. 동물살상 금지령은 쓰나요시의 외아들이 죽고 후계자가 없자 “전생의 업 때문이니 살생을 금하라”는 승려의 충고를 따른 것이라는 얘기가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개띠였던 도쿠가와는 여러 동물 중 특히 개를 더 보호했다. 오쿠보, 나가노 등지에 대규모 사육장을 만들어 무려 4만8천마리의 개를 먹여살렸다. 개 한 마리에 하루 쌀 3홉, 된장 90g, 마른 생선 한 홉을 주었고, 그 먹이는 관동지방의 인민들에게 특별세를 거둬 대었다. 이 때문에 민중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 법령에 혐오감을 가졌던 미토 지역의 영주 도쿠가와 미쓰쿠니는 도쿠가와 쓰나요시 쇼군에게 고급 개가죽을 보내 야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쿠가와 쇼군은 “동물상살 금지령만은 폐지하지 말라”고 유언했으나, 그가 죽자 이 법령은 곧 폐지됐다. 개 사육장도 1709년 이에노부가 쇼군이 되면서 문을 닫았다.
그 도쿠가와가 들으면 무덤에서 뛰어나올 만한 통계가 나왔다. 국무조정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 중 55.3%가 개고기를 먹어봤다고 한다. 연간 식용견 소비량은 최소 164만에서 최대 205만 마리에 이른다. 1인당 연간 소비량으로 셈하면 1.38㎏ 가량으로, 쇠고기(6.6kg, 2005년)나 돼지고기(17.4kg)보다는 적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개고기가 매우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브리짓 바르도가 너무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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