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오랜 세월 사람들은 철이나 구리, 납 같은 금속을 값비싼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정말로 손쉽게 금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금은 귀금속의 지위를 잃고, 그저 평범한 돌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아파트는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금 같은 것이다. ‘반값 아파트’는 주기적으로 흥행몰이를 하는 아파트 연금술이다. 이번에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안을 낸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을 얻고 있다. 정말 반값 아파트는 현실화될 수 있을까? 아파트 값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반값 아파트의 내재가치 또한 절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집값은 땅값(대지 값)과 건물값을 합친 것이다. 건물은 시간이 갈수록 낡기에 값어치가 떨어진다. 반면 도시의 땅값은 인구가 늘어날수록 비싸진다. 그래서 도심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건물은 쓸모가 없는데도 땅값 때문에 아주 비싼 것이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땅을 사지 않고 빌려쓴다. 그래서 시중값의 절반에 ‘건물만’ 산다. 이 아파트는 값이 오르기는커녕, 건물이 낡을수록 0에 가까와진다. 대략 40년치 건물 사용료를 한꺼번에 미리 내고, 토지 임대료는 매달 내는 사실상의 임대주택인 셈이다. 흔히 말하는‘내 집’과는 거리가 멀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시중의 전월세 아파트보다 실질 임대료가 싸야 의미를 갖는다. 다행히 홍준표 의원의 법안은 그 가능성을 꽤 크게 열어놓고 있다. 많이 지을수록 주거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쉬운 것은 건물 임대료를 한꺼번에 내지 않아도 되는, 임대료가 시중가격보다 싼 장기 임대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할 방법을 찾는데는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가 눈감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더 좋은 방법인데.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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