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조선을 대표하는 선비 중 한명인 율곡 선생은 평생 쇠고기를 먹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율곡은 “사람들이 소를 부려서 실컷 그 힘을 뽑아 쓰고 또 고기마저 먹는다는 것은 어질다고 할 수 없다”며 윤리적인 이유를 내세웠다. 율곡은 조상의 제사상에도 쇠고기를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농경시대에 쇠고기는 금물이었다. 소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태종은 소 도축을 감시하는 금살도감을 설치했으며, 죽은 소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고 소 잡는 백정은 도성 90리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세조도 금살령을 내렸다. 민중들도 소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던지 한집에 같이 사는 식구라는 뜻으로 소를 생구(生口)라고 불렀다.
개화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쇠고기는 매우 귀했다. 대한제국의 국권회복 운동을 도왔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는 <대한제국멸망사>에서 “한국인들은 쇠고기를 거의 먹지 않으며, 다만 대도시에서 생활이 넉넉한 사람만이 먹을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그로부터 100년, 우리 식탁에는 쇠고기가 넘쳐난다. 동질의 단백질을 비슷하게 함유하고 있는 돼지고기와 견주어 두배 가량 비싼데도 고급 육류로 인식돼 잘 팔린다.
뼛조각이 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다. 뼛조각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는 미국 쪽과 광우병을 막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뼛조각이 나와도 모든 수입을 금할 수밖에 없다는 우리 쪽이 맞서고 있다. 경제전쟁이 따로 없다.
이와 별도로 소비자로서 쇠고기에 대한 상식을 알아두는 것도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돼지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적당하게 섭취하면 동맥경화 예방 등에 좋지만, 쇠고기의 포화지방산은 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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