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예장통합의 이광선 총회장을 비롯해 새문안교회의 이수영 목사, 영락교회의 이철신 목사, 뉴라이트 운동의 서경석 목사 등 지금까지 70여명의 개신교 목회자가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면서 머리를 깎았다. 때문에 성탄절 때 많은 교회에서 머리 깎은 목사님들이 예배를 집전했다.
불교에서 삭발은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마음 속 번뇌가 밖으로 솟아난 무명초(머리카락)를 자르는 것은 속세를 떠나는 상징적인 통과의례다. 스님들은 삭발한 머리를 하루에 세번씩 만져보는 ‘일일삼마(一日三摩)’를 행한다. 중생을 구원하는 스님의 본분을 한시라도 잊지 말라는 경계의 뜻이다. 삭발이 곧 수행의 한 과정인 셈이다.
가톨릭에서도 사제 서품을 받을 때 삭발례를 하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로마 시절 머리 위를 깎은 노예처럼 수도사들도 자신들이 그리스도의 종임을 드러내려고 삭발했다고 한다. 1960년대에 전례개혁으로 이 풍습이 없어졌지만, 많은 수도원에서는 아직도 수도사들이 삭발한 채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기독교를 세계화시킨 사도 바울도 삭발을 했다. 사도행전에는 바울이 “하나님 앞에 참회와 헌신의 의미”로 머리를 깎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일반인의 삭발은 주로 강한 저항과 투쟁의 의미를 띤다. 신체적인 손상은 없지만 가장 뚜렷하게 외모를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의지를 외부에 알릴 수 있기 때문에 가진 것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과거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쟁의 때 자주 볼 수 있었던 까닭이다.
삭발 예배에서는 종교인으로서의 자기 성찰이나 헌신을 다짐하기보다는 “거룩한 성전” “목숨 걸고 싸운다” 등 투쟁의 목소리가 높았다. 학교 운영 개방에 반대하는 목회자들의 투쟁도 어울리지 않지만, 종교적 권위를 가진 강자가 약자의 투쟁 수단까지 오염시키는 것 같아 영 개운치 않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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