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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태자 경선 / 김종철

등록 2007-01-09 17:18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잇는 후계자 선정은 예로부터 나라 전체 초미의 관심사였다. 왕조에서는 순조로운 권력 이양 여부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기도 했다. 정통성 시비를 피하려고 왕조는 대부분 장자가 왕위를 세습하는 원칙을 수립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나라의 번영을 보장할 수 없었다. 안정적인 권력 승계는 가능해도 능력까지 보장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왕조시대 번영의 비밀은 세종대왕의 경우에서 보듯 오히려 장자 상속이라는 공식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를 제도화했던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라고 표현한 로마의 5현제 시대다. 네르바부터 아우렐리우스까지 다섯명의 황제는 모두 전임자의 양자로 들어간 뒤 원로원의 승인을 받고 즉위했다. 그 시대의 최고 현자를 지도자로 내세운 셈이다.

중국 청나라도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후계자 선정 방법을 개발했다. 부친인 강희제와 자신의 즉위 때 발생했던 혼란과 잡음을 고민했던 옹정제는 생전에 태자를 두지 않았다. 대신 아들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을 밀봉한 봉투에 담아 자금성 건청궁의 정대광명이라고 쓴 편액 뒤에 보관했다. 자신이 죽은 뒤에 여러 신하가 함께 봉투를 뜯어 후계자를 확인하도록 했다. 태자밀건(太子密建)법이다. 이렇게 해서 황제로 오른 건륭제는 옹정제의 넷째아들이다. 역사가들은 강희, 옹정, 건륭 연간을 청나라의 최성기로 꼽는다.

대선 후보 선출법을 놓고 각 정당의 논의가 한창이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이 뽑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당론으로 채택했으며, 한나라당도 대의원과 일반 국민이 반반씩 참여하는 현 제도를 국민 참여를 대폭 늘리는 쪽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또 개방적으로 뽑는 일이 점점 대세가 되고 있다. 옹정제가 본다면 후계자 선정의 또다른 혁명이라고 할 법하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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