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한국계 선수인 하인스 워드가 지난해 슈퍼볼 최우수선수가 된 이후 미식축구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졌다. 올해 슈퍼볼의 숨은 영웅은 우승팀인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토니 던지 감독이다. 그는 2002년 감독을 맡은 뒤 수비 강화 등 약점을 보완해 팀을 36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슈퍼볼 우승컵을 쥔 첫 흑인 감독이다.
1920년대까지는 미국프로풋볼(NFL)에 흑인 선수들이 더러 있었지만, 30년대 지독한 인종주의자인 조지 프레스턴 마셜(보스턴 브레이브스, 워싱턴 레드스킨 구단주)이 등장해 공공연하게 인종차별하면서 34년부터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흑인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60년대 인권운동으로 인해 공식적인 차별은 사라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인종간 벽은 여전했다. 미식축구의 핵심 위치인 쿼터백은 거의 항상 백인 몫이었다. 68년 말런 브리스코가 흑인 최초의 쿼터백이 됐지만, 몇년 뒤에 와이드 리시버로 자리를 바꿨다. 대학(미네소타) 시절 최고의 쿼터백으로 유명했던 던지 감독도 77년 프로 입문 때는 받아주는 팀이 없어 백업 세이프티라는 수비 위치로 바꿔야 했다.
흑인 감독은 1921년 프리츠 폴러드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인종 차별이 심해지면서 명맥이 끊겼다가 89년 아트 셸이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감독이 되면서 능력 있는 흑인 감독이 많이 등장했다. 던지 감독과 함께 슈퍼볼에서 맞붙었던 시카고 베어스의 러비 스미스 감독도 흑인이다. 그는 던지의 제자이자 절친한 친구다.
던지 감독은 경기가 안 풀려도 선수들에게 절대로 욕설을 퍼붓거나 고함을 지르지 않고, 선수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는 또 가족과 종교활동을 운동보다 더 중시한다. 어린이 환자 돕기 등 각종 사회활동에도 열심이다. 감독 이전에 인간으로서 존경받는 까닭이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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