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한자의 생각 사(思)는 정수리를 뜻하는 글자와 비슷한 전(田)과 마음을 뜻하는 심(心)을 합친 글자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 글자를 ‘생각하다’와 ‘사랑하다’ 두 가지 뜻으로 썼다. 머리로 하는 것을 생각, 가슴으로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면 참 그럴 듯 해보인다. ‘모’(慕)는 해가 저물어 멀리 계신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연’(戀)은 상대와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은 마음을 담은 글자다.
‘사랑’에 가장 가까운 한자는 역시 사랑 ‘애’(愛)다. ‘목멜 ‘기’(旡)와 마음 심(心)을 합친 것이 원래 모습이다. 정민은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란 책에서 목멜 ‘기’(기)가 “꿇어앉아 머리를 돌린 형상”을 그린 것이라 하여 ‘머리를 돌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사랑이라 풀이했다. 김언종의 <한자의 뿌리>를 보면 한자가 만들어진 초기에 이 글자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걸어가는 사나이를 그린 듯하다”고 했다. 받을 수(受)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것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사랑’이라는 그럴 듯한 해석도 있으나, 한자의 뿌리와는 좀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미워하다’는 뜻의 ‘증’(憎)은 마음 심(心)에서 뜻을 따고, ‘거듭’을 뜻하는 증(曾)에서 소리를 딴 것이다. 서운한 마음이 거듭 쌓이는 것이 바로 ‘미움’이다. 그러고 보면 미움도 사랑과 뿌리는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은 ‘여성이 좋아하는 이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데이’다. 유통업체의 상술에서 시작됐다고는 하나 온 나라를 들썩일 만큼 이 날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마침 “감성을 지배하는 것은 우뇌라서, 사랑은 왼쪽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나와 흥미를 끈다. 그럴듯한데,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도 권력관계가 있어,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는 말도 기억해둘 만하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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