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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훌리건 / 김종철

등록 2007-02-20 16:58수정 2007-02-20 19:26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로마 시대 전차경기는 대중들이 즐긴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원형경기장의 응원 열기는 일상생활과 정치무대로까지 이어졌다. 제국의 시민들은 자신이 편드는 전차경기 선수들의 옷 색깔(흰색과 붉은색, 녹색, 청색)에 따라 네 당파로 나뉘었다. 경기장이나 축제에서 색깔로 편이 갈린 시민들끼리 집단 난투를 벌이기 일쑤였다. 동로마 아나스타시우스 1세(491~518년) 때의 한 축제에서는 과일 바구니에 몰래 돌과 단검을 숨겨 들어간 녹색당원들이 반대파인 청색당원 3천명을 학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이탈리아 훌리건(난동꾼·극성팬)의 뿌리가 긴 셈이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 중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 아(A) 경기의 대부분이 두 주째 관중 없이 열렸다. 1898년 리그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이달 초 한 경기가 끝난 뒤 난동꾼들끼리 패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경찰관 한 명이 숨진 사건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안전 대책이 미흡한 경기장은 시설 보완이 끝날 때까지 관중 입장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축구는 단지 스포츠에 그치지 않는다. 돈과 정치, 지역간 경쟁 등이 얽힌 거대한 결합체다. 무관중 경기와 경기장 입장 제한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축구팬 100여명은 스탠드에서 등을 돌린 채 앉아서 정부에 항의하는 몸짓을 보였으며, 로베르토 만시니 인테르 감독은 “팬이 없다면 경기를 치를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3일 프로축구 케이(K)리그 정규시즌이 시작된다. 2002년 월드컵 직후 반짝했던 케이리그 관중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한 경기 평균 관중은 8801명에 불과했다. 세리에 아 팀이 케이리그를 본다면 한국도 극성팬 때문에 관람 제한을 하는 모양이라고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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