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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캐나다의 두 가지 소득비례 공적연금 / 전창환

등록 2007-02-28 17:26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나라살림가족살림
우리나라와 달리 기초연금과 소득비례 연금으로 이원화돼 있는 캐나다의 공적 연금체제는 몇 가지 점에서 아주 특이하다. 우선 캐나다에서 소득비례의 공적 연금체제가 퀘벡주만을 대상으로 하는 퀘벡연기금(QPP)과 퀘벡주를 제외한 캐나다 전역을 대상으로 한 캐나다연기금(CPP)으로 엄격히 분리되어 있는데, 기초연금은 캐나다 전지역에서 동일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1965년 같은해 설립된 퀘벡연기금과 캐나다연기금의 전담 운용기관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투자정책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아주 대조적인 성격을 보인다는 점이다.

‘캐나타연기금’의 경우 설립 뒤 98년까지 적립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기관이 없었다. 그 기간 적립금은 주로 낮은 금리로 주정부 채권을 매입하는 데 사용되어 적립금의 운용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캐나다연기금이 적립금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던 것은 90년대 중후반 이 기금의 적립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기관인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CPPIB)가 창립되면서부터였다.

이에 비해 퀘벡연기금은 65년에 창설된 퀘벡저축투자금고(CDPQ)라는 공적 금융기관이 적립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해 왔다. 이 금고는 일찍부터 적립금을 주식·부동산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낙후지역 개발, 중소기업 육성,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해 고용창출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이 금고가 금융 수익성 이외에 사회적 책임투자와 연대적 금융을 추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이사회의 독특한 구성 덕분이다. 이사회는 예탁자 대표들, 재계인사, 노조 지도자 등 주요 이해당사자 대표들로 구성된다.

이에 비해 캐나다연기금 적립금의 전문 운용기관으로 98년 출범한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의 이사회는 정부 관료는 물론 가입자 대표들도 완전히 배제한 민간 금융 전문가로만 구성된다. 여기에는 퀘벡저축투자금고(CDPQ) 이사회 구성의 특성상 정치적 개입의 위험이 크고, 따라서 금융 수익성 이외의 다른 투자목적이 끼어듦으로써 궁극적으로 적립금 운용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캐나다 연방정책 입안자들의 최종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민간 금융 전문가로만 구성된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 이사회는 오로지 금융 수익성 극대화만을 추구하며 다른 어떤 투자목적도 배제한다.

연륜과 역사를 보면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가 퀘벡저축투자금고보다 훨씬 짧지만 지명도에서는 앞쪽이 뒤쪽을 완전히 압도한다. 세계은행을 비롯하여 국내외 일부 연금 전문가 등 신자유주의 세력들은 연기금운용회사를 공적 연금의 지배구조 중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형태로 본다. 2006년 말 <한국방송>이 제작한 국민연금과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 역시 이 회사가 갖는 여러 장점들, 정치적 개입 위험의 배제, 높은 책임성과 투명성 등을 집중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 회사의 이런 모습은 일면에 불과하다.

이 회사 이사들이 정부 관료와 가입자로부터 자율적이고 독립적일지는 모르지만 실제 이들은 금융 수익성 극대화만을 최우선에 두는 신자유주의적 금융 엘리트들이다. 금융 수익성 극대화는 자연스럽게 투자 포트폴리오 가치의 극대화와 연결되며 좁게는 주주가치 극대화와 직결된다. 연기금운용회사는 금융 수익성 극대화에 집착한 나머지 매우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영했다. 2006년 3월 말 현재 주식이 캐나다연기금 자산의 58.5%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과는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높다. 캐나다연기금의 시장 위험이 아주 크고 수익률 변동이 심한 연유도 바로 여기 있다.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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