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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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권 시절 자유당을 만든 사람들은 처음에 이름을 ‘노동당’이라고 지으려 했다. 이승만은 정당 정치에 매우 부정적 태도를 보였으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위해 전쟁 중인 1951년 창당을 지시했고, 그 결과 급조된 게 자유당이다. 52년 이승만의 <정당에 관한 담화>에는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당”이라는 뜻에서 노동당이라 이름지으려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름을 바꾼 것은 좌익 냄새가 풍긴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노동’이란 단어는 우리나라 정당 이름에 오랜 금기였다. 민주노동당이 2000년 5월 등록한 것이 처음이다. 92년 한국노동당이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 연 적이 있지만, 독자적인 정당으로 등록하지 않고 민중당과 통합했다.
부정부패의 상징이 됐던 자유당의 나쁜 이미지 때문인지 ‘자유’도 정당 이름에 그리 흔히 쓰이지는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등록을 받기 시작한 63년 이후 우리나라에선 모두 121개 정당이 등록했고, 그 가운데 12개가 현재 활동 중이다. 그런데 정당 이름에 ’자유’란 단어를 쓴 곳은 자유민주당과 자유당(63년), 민주자유당(90년), 자유민주연합(95년), 지난해 등록한 ‘자유평화당’ 등 모두 다섯 개뿐이다.
정당 이름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역시 ‘민주’다. 민주당처럼 같은 이름으로 여러번 재등록한 경우를 포함해 모두 36번 쓰였으니 거의 셋 중 하나꼴이다. 우리 현대사에 ‘민주주의’는 그만큼 큰 가치였던 셈이다. 다음으로 많이 쓰인 단어는 13번 나오는 ‘국민’이다. 이밖에 새로울 ‘신’을 앞에 붙인 정당 이름이 11번 등장하는데, 한글로 ‘신’이나 ‘새’ ‘새로운’ 등을 붙인 경우도 4번 있었다. ‘새로운 신당’처럼 겹쳐 쓴 경우도 있다. 하도 많은 정당이 명멸해서, 새 정당들은 이제 이름짓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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