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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성장-분배 조화시킨 핀란드모델 / 전창환

등록 2007-03-21 18:35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과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과
나라살림가족살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어느 정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나라마다 아주 다르다. 금융 세계화와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사회적 불공정성과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되는 나라가 있는 반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달성함으로써 사회적 연대와 형평성을 잘 유지하는 나라도 있다.

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에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달성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중후반에는 노무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양극화 해소는커녕 수출을 통한 성장세 유지에 급급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결단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심화시키는 미국식 제도와 규칙을 받아들이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하니 국민 중 어느 누가 이런 터무니없는 논리를 받아들이겠는가?

최근 더 답답한 것은 주요 대선 예비주자들이 내놓는 성장전략이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니 7% 성장론 등은 모두 우리 경제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깊이 생각해서 내놓은 전략과 정책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선거에 대비하여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함량 부족의 졸속안일 가능성이 높다. 예전과 같은 두자릿수 고도성장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제약조건 아래서 혁신능력을 어떻게 어디서 끌어낼 것이냐는 향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고민거리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사회경제적 균열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이냐다.

성장과 형평성의 조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여러 나라 사례에서 다양한 교훈들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북유럽의 소규모 개방경제 모델의 하나이자 정보통신(IT) 강국인 핀란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한편으로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달한 정보통신 강국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잔여적 복지국가인 미국과는 정반대로 보편적 복지국가로 많이 알려졌다. 다시 말해 핀란드는 아직까지 정보통신 혁명을 통한 ‘정보화 사회=지식기반 경제’로의 진전과 보편적 복지국가 제도의 유지·강화를 잘 조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핀란드는 혁신과 연대가 조화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인 것이다.

한국경제는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측면에서는 핀란드와 유사하지만 보편적 복지국가의 제도화와는 아직도 너무나 거리가 멀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핀란드의 조세 부담률이 아주 높지만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감으로써 한국과 미국에서처럼 조세저항이 드세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성과가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지를 두고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우선 단기적인 거시경기 부양책보다는 혁신능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인 미시경제적 제도 확립과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음은 틀림없다. 특히 노-사-정의 조직화된 협력기반, 재정 건전성을 염두에 둔 공급 측면의 정부 개입 정책이 아주 중요하다. 정부의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 유연한 산업정책,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등은 핀란드 정부의 대표적인 공급 측면의 경제정책이다. 이 밖에 보편적 복지제도 확립 의지와 공감대가 매우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우리도 핀란드처럼 좀더 긴 안목에서 성장과 고용, 복지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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