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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종합부동산세를 위한 변명 / 김용창

등록 2007-03-28 17:52수정 2007-03-29 13:31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건설교통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보유세 부담, 특히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세금폭탄’ 이야기로 장안이 떠들썩하다. 걸핏하면 세금폭탄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온 나라가 그동안의 폭탄 투하로 쑥대밭이 되었을 법도 한데 아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는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억지로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기에 열중하다가 이제는 올라간 주택가격 때문에 부담하는 세금을 가지고 난리다.

일부에서는 무슨 용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공시가격(안)을 보면서 종부세 때문에 주택가격이 더 오르거나 전세 또는 월세가격이 빨리 오르는 것을 내심 바라고, 종부세의 총체적 실패를 어서 빨리 봤으면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종부세가 괴물이라는 것을 왜 온 국민이 빨리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서 세금으로 4천만원을 넘게 내야 한다는 보도는 일반 사람을 충분히 겁먹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주택에 대한 종부세 납세인원은 약 38만1천가구로 전국 주민등록상 가구 기준으로는 2.1%, 전국 공동주택 보유 세대 기준으로는 3.9%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보유주택수 점유비는 89.4%, 납부세액 점유비는 73.4%이다. 그리고 공시가격 10억원 이하의 주택이 전체 납세 인원의 약 70%이고, 납부세액 분포로는 100만원 이하 42.2%, 1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가 38.9%를 차지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10억원이라면 시장가격으로는 최소한 12억원 이상의 주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무차별 세금폭탄 투하설로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굳이 몰아넣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재산이 많은 사람이 과거와는 달리 사회적 의무와 도덕적 의무를 다한다는 논리로 바꾸는 것이 보기에도 좋지 않을까?

부동산정책은 사회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고, 종부세 정책은 부동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가격안정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활용은 부동산 부문 내부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 전체 또는 총자본의 개념에서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특별한 노력 없이 은행 돈 빌려서 하루아침에 막대한 불로소득을 올리는 풍조가 만연한 사회라면 어떻게 이공계에 진학해서 기술대국을 건설하라고 할 수 있을까?

나아가 ‘무엇인가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는 천부 인권이 아닌 역사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마르크스와 헨리 조지는 그렇다 치고 로크, 스미스, 리카도, 월리스 등이 왜 토지재산권에 대해 비판적이었을까를 생각해야 하고, 적어도 주거권은 재산권 못지않게 근대 이후 중요한 권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주택 관련 불로소득의 증가에 따른 박탈감과 노동의욕 상실, 주거불안정에 따른 사회불안으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큰 상황에서 국가성장 동력을 굳건히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로지 주택공급 확대 정책만으로 가격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그리고 이를 위해 1주일 남짓의 합숙에서 새도시 여러 개를 뚝딱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정책은 올바른 방향일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토정책을 ‘주택가격’ 대책의 일환으로 사용하였다. 경제논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아파트 중심의 새도시 건설이 우리 후속 세대가 살아야 할 ‘국토지리’를 매우 단조롭고 무표정한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현재 세대에서 충분히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음에도 후속 세대에 짐을 지우는 것은 세대 사이의 책임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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