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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치인의 점보기 / 김종철

등록 2007-04-03 17:28수정 2007-04-04 11:02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정치인들만큼 ‘점보기’를 좋아하는 직업군은 아마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정치판에서 기댈 곳을 찾으려는 인간의 약한 심리 탓일 게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인 로널드 레이건의 백악관 시절 최고의 비밀은 그가 점성술사의 조언을 받아서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부인 낸시가 조안 퀴글리라는 점성술사의 점괘를 받아 남편에게 ‘내조’하면, 레이건은 이를 대부분 따랐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점성술에 의존해 (레이건 대통령의) 일정을 비밀스럽게 짜는 행위는 분별 없고 짜증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권 시절 국회 고위직을 지낸 한 전직 의원은 레이건처럼 점쟁이 한 사람을 거의 전속으로 고용하다시피했다. 그는 매일 아침 점쟁이에게 전화를 걸어 그날 할 일에 대한 점괘를 본 뒤에 그 일을 할지 말지를 결정했다. 점괘가 나쁘면 예정된 비행기 출장 일정도 포기했다. 심지어 한 번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은 날치기 처리를 거부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일진이 나쁘다는 점괘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용하다는 점쟁이 5명을 확보해 이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서 일정을 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 미칠 천기를 알아보려는 정치인들로 유명짜하다는 역술인과 무속인의 문지방이 닳고 있다고 한다. 천기는 누설되면 효력을 잃는다지만, 요즘 점치는 사람들은 버젓이 공개적인 찍기 경쟁도 벌인다. 김일성 타계를 예측해 유명해진 심진송씨는 “손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일찌감치 예언했으며, 광고판에서 흔히 보는 백운산씨는 “명문학교 출신으로 외국유학을 갔다온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솔깃해할 필요 없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은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을 것으로 예언해 이미 틀렸다. 더구나 1997년이나 2002년 대선 때 당선자를 예언한 점쟁이는 없었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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