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네 번째로 도전한 브라질노동자당의 룰라 후보에게 당의 오랜 동지가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자네가 대통령이 되면 민영화한 기업들을 다시 국유화하고, 취임 첫날부터 최저임금을 올리고, 금융업의 국적을 되찾아오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맞서 싸우겠다고 공약하게나!” 이에 룰라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동의하네. 하지만 자네가 그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 출마하게나. 1차 투표를 통과해 결선투표까지 가면 내가 자네를 찍겠네!”
이념과 정책을 실현하려면 정치권력이 필요하지만, 거꾸로 권력을 잡으려면 표를 모으기 위한 정치적 타협이 불가피함을 룰라는 말한 듯하다. 권력 획득에 가까이 다가선 정치세력들은 캐스팅 보트 구실을 하는 세력을 끌어들이는 데 많은 애를 쓴다. 때론 그런 타협에 대한 불만으로 지지세력 일부가 등을 돌려, 더 많은 표를 잃기도 한다.
지난 22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프랑스에서는 중도우파 집권 여당인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31.1% 지지를 얻고, 좌파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25.8%의 지지를 얻어 결선에 나서게 됐다. 극우파는 사르코지에게, 극좌파는 루아얄에게 표를 모아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어느 쪽도 과반수에 이르지 못해, 중도파로 18.5%의 지지를 얻은 프랑스민주동맹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 지지세력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캐스팅 보트는 그 힘이 당락을 가까스로 좌우하는 정도일 때 가장 가치가 커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보다 지역적 투표 행태가 대권을 좌우하곤 했다.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는 충청도 표가 캐스팅 보트 구실을 했다. 그런데 2005년 지역내 총생산을 1998년 것과 비교하면 전국 평균 증가율은 66.9%인데, 충청남도의 증가율은 104%로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우연의 일치일까?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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