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봄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자연을 일깨우며 꽃들을 피워내는 봄입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님의 대결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데, 저는 경제학이 전공이라서 제 주변의 사람들보다는 훨씬 진지하게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후보들이 내놓는 언어를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편입니다. 솔직히 제 속내를 고백하자면, 현실적으로는 두 분 중에 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경제의 방향타를 잡는 선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아무래도 한반도 대운하 같은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보다는 박근혜 의원님이 선장이 되는 편이 그래도 조금 온화한 한국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얼마 전에 ‘규제 제로’라는 방향을 내놓으신 걸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위헌이지요.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규제는 그린벨트를 포함해서 아버님이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거나 틀을 잡은 것들입니다. 전 아직도 그린벨트를 지지합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중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아버님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렇게 무서워하거나 혐오하면서도 어머님인 육영수 여사에 대해서는 아직도 신비함과 온화함으로 찬미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규제 제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의 피가 박근혜 의원님께 더 강하게 흐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스위스와 우리나라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국토의 70%가 산인 것도 같고, 자원이 없는 자원 빈국인 점도 같고, 독일, 프랑스와 같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점도 같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너무 가난해서 스위스는 남자들이 용병으로 식구들을 먹여 살렸던 적도 있는 비운의 나라입니다. 지금은 스웨덴과 함께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제일 먼저 넘어선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취리히에 한번 가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산지가 우리나라만큼 많은 이 나라에서 평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헌법을 바꾸어서 평지는 물론 비탈지에서의 농업에도 국토보존을 위한 지원금을 줄 수 있게 하였고, 최근에는 국민투표로 ‘지엠오(GMO) 모라토리엄’ 즉 유전자조작식품의 유통금지를 결의하였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농지를 개발해서 스위스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선 것이 아니라는 건 너무 자명한 일입니다. 스위스의 농업 관련 노동이 전체 고용의 12%라는 점을 환기해보시기 바랍니다.
3만달러도 좋고 4만달러도 좋지만 가장 높은 국민소득을 올리는 나라들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나가는지 한번 직접 보시면 정말로 우리가 갈 길이 조금 명확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취리히는 소득도 높지만 삶의 질도 몇 년째 세계 1위인 도시입니다. 그 비밀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취리히도 가보시고, 로잔도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유가 되시면 코펜하겐도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지평과 세계가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왕이면 육영수 여사의 딸이었다고 역사가 박근혜 의원님을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고단했던 한국 민중의 삶이 어떻게 스위스 국민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이 봄에 진지하게 고민해보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강한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것이 결국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건국 이후 가장 부드러웠던 인물은 육 여사라고 사람들이 평가하더군요. 그리고 지금 스위스의 대통령은 마침 여성입니다.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지요. 두 분이 한번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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