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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제2의 외환위기 경고 / 유종일

등록 2007-05-02 18:05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이 엇갈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막연한 기대감도 퍼져 있고, 경기가 이제는 바닥을 쳤다는 낙관적 견해도 대두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은 마냥 뜨겁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에 뒤지고 중국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진단이 많은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에스캅)는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맞은 지 꼭 10년째 되는 이 시점에서 또다시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는 귀가 번쩍 뜨이게 한다. 따지고 보면 현재의 상황이 10년 전과 상당히 닮은 구석이 있다. 우선 실물부문의 부진이 닮은꼴이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의 실적이 악화되었고 경기는 아직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닮은 것은 환율의 고평가와 그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하던 경상수지가 올 1분기에는 15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한 가장 결정적으로, 단기외채의 증가가 닮은꼴이다. 1분기 자본수지에서 단기차입금이 무려 132억달러나 된다. 이 세 가지 현상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면서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자동차의 실적 악화를 초래한 부분도 있고, 국외로부터 단기자금이 밀려드는 것이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아! 닮은꼴이 한 가지 더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에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지금은 막강한 외환보유고와 선제적 감독과 정책대응을 이유로 내세운다. 물론 24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는 일시적 자금유출에 대비한 안전판 구실을 할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한 것이나 최근 외환거래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지도를 강화하고 외화대출에 대한 신·기보 출연금 부과 방침을 밝히는 등 단기외채 억제를 위한 조처를 취하는 것도 다행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으로 충분할까? 정부가 선제적 대응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97년에는 우리 금융기관들이 기업 부실로 인한 부실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부실자산이 많지 않지만 잠재적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수년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여 가계부채가 위험수위까지 올라와 있는데, 드디어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향안정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급락으로 간다면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금리와 세금은 오르는데 집값이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할 우려가 있고, 이로써 담보주택들이 대거 매물로 나올 경우 집값이 급락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이런 우려가 강력한 부동산정책의 발목을 잡았는데, 결과적으로 부동산 값은 오를 대로 오르고 주택담보대출은 커질 대로 커진 뒤에야 ‘선제적’ 정책대응에 나선 것이다.

단기외채 급증에 대해서도 의문은 있다. 엔캐리 자금 유입이 작년부터 심각한 수준이었고, 최근 외국계 은행을 통한 단기 외화차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유동성 과잉과 환율 하락을 부추겨 경제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향후 일시적 자본유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면 지금 잘나가고 있는 주식시장도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과연 창구지도 정도가 ‘선제적’ 대응일 수 있을까. 바로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제도인 외화가변예치제 활용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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