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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신궁 / 정남구

등록 2007-05-08 17:35

정남구 논설위원
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활솜씨로는 실러의 희곡 속 주인공 ‘윌리엄 텔’을 뛰어넘을 이가 없을 것이다. 80걸음 떨어진 곳에서 아들의 머리 위에 올려진 사과를 쏘아 맞혔다. 로빈 후드도 활을 잘 쏘았다지만 윌리엄 텔 같은 극적인 장면을 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윌리엄 텔이 쏜 것은 활보다 정확도가 높은 석궁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조상 가운데도 활을 잘 쏘았다는 이가 적지 않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대표적이다. <삼국사기>에는 “일곱살이었을 때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면 백발백중이었다. 부여의 속어에 활 잘 쏘는 것을 주몽이라 하였으므로 이것으로 이름을 삼았다”고 쓰여 있다. 해상왕 장보고에 대해서는 “말을 타고 창을 쓰는 데 대적할 자가 없었다”고 쓰고 있으나, 본래 이름이 ‘궁복’인 것으로 보아 활을 잘 쏘았을 것이라고 사가들은 해석한다.

수군을 이끌던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에게 활쏘기 연습을 많이 시켰고, 자신도 틈나는 대로 실력을 연마했다. 수전에서는 칼싸움보다는 먼 거리에서 성능 좋은 포를 쏘거나 불화살을 날려 적선을 부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충무공의 활쏘기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기록은 <난중일기> 임진년(1592년) 3월28일치 일기에 나온다. “활 열 순(50발)을 쏘았는데 다섯 순은 모조리 맞고, 두 순은 네 번 맞고, 세 순은 세 번 맞았다”고 하였다. 50발 가운데 42발을 맞췄으니, 명중률이 84%에 이른다.

지난주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열린 양궁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나라 이혜연 선수가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 여자 단체전에선 아쉽게 동메달을 땄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이 평가전 때문에 모두 빠져 토지공사 소속 선수 네 사람만 참가해 거둔 성과다. 그만큼 ‘신궁’의 저변이 넓다는 얘긴데, ‘활쏘기 실력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 연습의 결과’라는 핵심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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