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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지구의 늦은 손님, 인류 / 서홍관

등록 2007-05-14 17:55

서홍관/국립암센터 의사·시인
서홍관/국립암센터 의사·시인
야!한국사회
맑은 오월, 일산에 있는 정발산을 올랐다. 비록 해발 87미터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초록빛이 변하는 모습은 나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내 눈에 보이는 나무는 모두 몇 그루일까? 그리고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은 과연 몇 장일까? 그리고 이 지구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자신을 기준으로 이 세상을 바라본다. 해와 달과 별이 우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 인간을 위해 저렇게 많은 풀과 나무와 동물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상은 인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태양이 우리를 위해 매일 뜨고진다고 믿었지만 16세기에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이 알려졌다.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에서도 태양계는 변두리에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물론 은하계가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다.

우주는 약 130억년 전에 탄생했으며 지구는 약 46억년 전에 만들어졌다. 38억년 전에 무생물로부터 생명체가 태어나는 우주의 기적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지구처럼 따뜻하고, 물이 풍부하고 공기도 있는 좋은 환경에서도 생명체의 탄생이라는 기적은 지난 46억년 중 단 한번 있었던 사건일 뿐이다.

생명의 비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생명체가 오늘날까지 진화하는 동안 전 기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4억년 동안 단세포 생물로 살았으며,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생물종은 무려 3천억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부드러운 조직을 가진 생명체들은 화석을 남길 수 없었고 지구에 태어나서 그나마 화석을 남길 수 있었던 생물종은 불과 25만종에 불과해, 12만분의 1만 화석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구상에 생겨난 생물종 중에서 99.99%는 멸종되었다. 한 종이 평균 지속되는 기간은 약 400만년이었다고 하니 인류의 역사가 600만년 되었다고 한다면 다른 종들에 비해 조금 오래 존속한 셈이다.

우리가 얼마나 늦게 지구에 발을 들여 놓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지구의 역사 46억년을 1년으로 놓고 계산을 해본다면 인류가 태어난 것은 약 600만년 전이니 이때는 12월31일 오후 1시 정도인 셈이다. 인간이 농경생활과 정착생활을 시작한 신석기는 약 1만년 전에 시작되었으니 12월31일 밤 11시59분이었으며, 인간의 지혜가 발달하여 과학과 철학과 종교가 시작되고, 인류의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석가,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가 탄생한 약 2000년 전은 12월31일 오후 11시59분47초 정도가 된다.

그럼 우리가 비록 늦게 지구에 태어나긴 했지만 지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1980년에 노르웨이의 과학자 두 사람이 자신들의 실험실 근처의 숲에서 임의로 1그램의 흙을 채취해서 분석했더니 그 흙 속에서 무려 5천종의 새로운 박테리아종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아무 숲이나 들어가서 한줌을 움켜쥐면 그 안에 개체 수로 따져서 100억마리의 박테리아가 산다고 한다.

우리 몸도 실은 미생물로 덮여 있어서 우리 몸의 피부 전체에는 대략 1조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으며, 소화기관에 사는 것만 해도 100조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지구에 주인이 있다면 누구이겠느냐고 미생물들에게 물으면 뭐라 대답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지구에 찰나를 머물다 갈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물어보는 것은 의미도 없는 일일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지구에 태어나서 햇볕을 공짜로 쪼이고 맑은 공기를 한없이 마시는 즐거움을 맛보면서 너무 오만하지 않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서홍관/국립암센터 의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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