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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노 대통령을 닮은 정치인

등록 2007-05-15 17:46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서 12월19일 우리 국민 모두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역시 ‘선수’였다. 극적 반전은 아무나 연출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순식간에 초라하게 만들었다. 자신은 ‘통큰 정치인’으로 격상시켰다.

‘양보 회견’을 하기 몇 시간 전까지 그는 “오늘은 할말이 없다”고 연막을 쳤다. 전날, 기자들이 ‘캠프 안에 양보하자는 얘기가 있지 않냐’고 묻자,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라고 잡아뗐다. 마지막 순간에 대승적 결단을 한 것일까? 아니면 효과를 높이려고 며칠 동안 연극을 한 것일까? 진실은 그만이 알 것이다.

“가볍고 천박한 언행도 문제다. 과연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 13일 광주에서 이명박 전 시장을 두고 ‘3대 불가론’을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일주일 전인 6일에는 또다른 한 사람을 강하게 비판했다. “헌신과 희생으로 민주화와 개혁을 진전시켜 온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며, 매우 천박한 역사 인식의 발로다.”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줘도 좋다는 것이냐”라는 문제 제기 차원이었다. 두 사람을 비난하면서 ‘천박’이라는 단어가 겹친다. 천 의원의 정치적 판단에는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평소 점잖은 그가 독설을 퍼부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천 의원의 표현은 별도로 치더라도, 두 사람에게는 사실 공통점이 꽤 있다. 첫째, 어렵게 성장해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 전 시장은 포항 동지상고, 고려대 상대를 나와 건설회사 사장이 됐다.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입지전적 인물들이 대개 그렇듯이 매우 진취적인 반면, 독선적인 면모도 있다.

둘째, 여러 가지 기질이 닮았다. 거침없이 말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잘 준다. ‘욱’하는 성질도 있다. 이 전 시장은 공격적인 질문을 받으면 즉각 되받아친다. ‘양김씨 따라간 사람들이 한 일이 무엇이냐’라거나,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라는 문제의 발언들은 바로 그런 상황에서 나왔다. 스타일만의 문제일까? ‘노조 발언’을 보면, 단순히 거친 것이 아니라, 생각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노 대통령도 만만치가 않다. 최근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에게 ‘당신들’이라고 삿대질을 해댔는데, 그 배경에는 정동영 전 의장이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 두 사람 모두, 맞고는 그냥 못 사는 그런 사람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다.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데도, 지금까지 싸운 일이 별로 없다. 이명박 전 시장은 ‘무능한 좌파 정권’을 공격했지, 노 대통령을 대놓고 욕하지는 않았다. 노 대통령은 고건, 정운찬,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박근혜 등을 줄줄이 비판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 시장을 직접 공격한 일은 별로 없다.

노 대통령은 2004년 7월 버스 전용차로 도입 초기에 비난 여론이 일자, 국무회의에서 “초기에는 혼란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 전 시장을 감쌌다. 이 전 시장은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는 책에서, 2003년 6월 노 대통령의 지지 발언으로 청계천 복원 착공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써놓았다. 뭔가 서로 ‘통하는’ 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년 2월25일 닮은꼴의 두 정치인이 대통령직을 주고받는 장면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상황은 우리 국민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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