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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중남미형 사회의 문턱에서 / 우석훈

등록 2007-05-16 17:35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양극화라는 용어가 요즘 유행이다. 원래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특수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였는데, 한국에서는 국민 계층을 나누는 용어로 사용된다. 약간 이상하기는 하지만, 뜻은 통한다. 대체적으로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중산층이 분해되어 일부는 상류층으로 붙고, 나머지는 하류층으로 붙는 과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양극화라는 용어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현재 진행 중인 ‘어떤 현상’을 지칭하는 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문자 그대로 말하자면 양극화는 특정한 불균형이 심화되어 발현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미 박정희의 유신경제 시절부터 우리나라는 불균형 고도성장 전략을 취해온 나라다. 그래서 새삼 불균형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원래도 불균형인데, 한두 가지의 불균형이 추가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까?

약간 눈을 크게 뜨고 경제 유형에 대한 분류를 잠깐 생각해 보자. 선진국 경제는 미국과 영국을 의미하는 앵글로색슨형과 나머지 유럽을 분류하고, 약간 더 세분류로 들어가면 북유럽형과 라틴형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개발도상국 경제는 중남미형, 아프리카형, 동남아형 그리고 최근의 이전경제라고 부르는 동유럽형으로 나눈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 중 어디에 속할까?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동아시아형으로 대만·싱가포르 등과 함께 분류됐는데, 요즘에는 ‘잘 모르겠다’가 유엔이나 세계은행 쪽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미국형이든 유럽형이든 그곳에는 없는 것 세 가지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선진국에는 지방토호가 없고, 인구의 50% 이상이 몰려사는 중앙집중형 수도권이 없고, 조기유학이 없다. 물론 더 들어가면 한화의 김승연 회장이 맹활약했다는 ‘아가씨’ 나오는 술집도 우리나라 규모로는 없고, 서울대 집중도 없지만, 이런 것들은 잠깐 무시하기로 하자. 미국에도 토호는 없고, 유럽에도 토호는 없다. 일본에는 건설족 의원 등 중앙형 토호가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지방형 토호는 없다.

이런 것을 가진 나라는 바로 중남미형이다. ‘카우디요’라는 토호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자식들도 우리나라만큼 미국 유학을 떠나고, 우리만큼 강력한 양극화가 있다. 그러나 멕시코나 브라질에도 수도권 집중은 없다. 이 세 가지 요소에 강력한 신자유주의와 한국형 나프타를 더하면 1990년대 중남미형 경제의 출발 구조와 비슷하다. 그대로 이 시스템을 발사하면 10년 뒤에 완성된 중남미형 사회를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강자 아니면 다 죽었다’ 사회라는 점이다. 사실 지금 40∼50대의 고소득 남성 외에는 우리 사회가 살아가기에 다 불편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여성, 20대, 장애인, 농민, 자영업자, 비정규직, 다 희망 없는 사회가 2007년 한국 사회다. 이미 그렇다. 이건 양극화가 아니라 중남미형 경제로의 전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대선 주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경제 비전을 만들기 전에 자신들의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가 중남미형으로 향하고 있는지 꼭 살펴보시기 바란다. 무턱대고 미국행 버튼인 줄 눌렀다가 10년 뒤 중남미에 도착하면 난감하다. 우리에겐 지방토호가 있고, 수도권 집중이 있고, 여기에 조기유학이 있다. 미국에는 그런 게 없다. 중남미형 사회, 경제적 약자에게는 죽음이다. 양극화가 문제라면 밀어내기로 수출이라도 많이 늘리면 되지만, 중남미형 사회가 문제라면 해법은 훨씬 더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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