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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특공, 돗코 / 김도형

등록 2007-05-17 18:49수정 2007-06-21 13:59

김도형 도쿄 특파원
김도형 도쿄 특파원
한겨레 프리즘
최근 일주일새 도쿄에서 두편의 영화를 봤다. 하나는 극영화이고 하나는 다큐멘터리이지만 두편 모두 가미카제 특공대를 소재로 했다.

“특공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영화 〈나는 바로 너를 위해서 죽으러 간다〉의 총제작자 겸 각본가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소설가)는 개봉 첫날(12일)에 본 영화 맨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가미카제에서 ‘광기’보다는 한계 상황 속에서 빛나는 자기희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결국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려는 이시하라의 솜씨는 생각보다 노련하고 교묘했다. 특공대원의 어머니로 불렸던 도리하마 도메라는 식당 아주머니의 시점을 통해, 당시 국가의 명령과 애국의 이름으로 하릴없이 스러져간 20대 전후 다양한 청춘 군상의 사연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터넷 사이트 ‘야후 재팬’에 실린 젊은 관객들의 영화평을 봐도 이시하라가 노린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듯하다.

“목숨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갖지 못한 것일지 모른다” “오늘의 평화는 그들의 희생 위에서 이뤄진 것은 아닐까.”

여주인공을 맡은 일본의 유명 여배우 기시 게이코(75)가 이시하라의 첫 대본을 보고 “전쟁을 너무 미화하고 있다”며 대본을 서너차례 퇴짜를 놓아 내용을 순화시킨 게 오히려 주효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죽어서 야스쿠니에서 만나자” “백인들한테서 아시아를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옳았다”는 극중 인물의 대사를 통해 전달하려는 야스쿠니 사관 같은 정치적 메시지는 은근하면서도 분명하다.

특히 특공대를 낳은 아버지로 불리던 오니시 다카지로 해군중장이 전쟁책임을 지고 할복 자살하는 장면은 그 절정을 보여준다. “영령들에 대한 사죄로 고통스럽게 죽을테니까 절대로 뒤에서 목을 쳐서 편하게 죽도록 하지 말라”는 오니시의 유언을 강조한 것은 이시하라식 전쟁책임론이다. 그러나 실제론 4000명이 넘는 젊은 목숨을 앗아간 책임을 오니시처럼 죽음으로 대신한 옛 일본군 장성은 2~3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재임 5년간 해마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도 특공대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나서기 2개월 전인 2001년 2월 영화의 무대인 가고시마현 지란의 ‘특공평화기념관’에 들러 유서 등 유품이 전시된 전시실의 유리창을 붙들고 한참 눈물을 흘렸다. “지란에서 돌아온 이후 ‘그때 눈물을 흘린 자신에게 솔직해지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참배하러 간다’라는 마음이었음에 틀림없다.”(가토 고이치의 〈테러의 진짜 범인〉 중)

지난 15일 시사회에서 본 다큐멘터리 〈돗코〉(특공)(7월 중순 개봉·감독 리사 모리모토)는 이시하라 영화가 애써 외면한 특공대의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천황을 위해서 죽었다는 말에 위화감을 느낀다. 반년만이라도 일찍 결심을 했다면 희생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전 특공대의 생생한 증언을 전하는 이 영화는 역사의 책임과 교훈을 물었다.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는 무리들에 대해 역사 논픽션 작가 호사카 마사야스는 최근 저서 〈쇼와사의 교훈〉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 군국주의의 실태나 근대 일본의 부의 유산을 정리하는 것, 허심탄회하게 바라보는 것을 자학적이라고 칭하고 마치 자국의 역사를 폄하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논자가 있다. 왜 이들이 이 정도로 과거의 사실을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상찬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김도형 도쿄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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