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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밀양 그리고 광주 / 김종철

등록 2007-05-29 17:43수정 2007-05-29 18:00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1985년 이청준은 단편소설 ‘벌레 이야기’를 썼다. 유괴와 살인이라는 소재를 통해 용서와 구원, 인간의 존엄성을 다룬 이야기다. 아이를 유괴범에게 잃은 젊은 엄마는 고통을 이겨내려고 기독교에 의존한 뒤 신앙심으로 용서를 결심하고 범죄자를 찾아간다. 그러나 범인이 이미 절대자로부터 평화와 구원의 은혜를 누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절망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내용이다.

광주라는 말이 한마디도 없지만, ‘벌레 이야기’는 ‘80년 광주’를 우롱하는 권력을 비판한 소설이다. “광주사태 직후 당시 정치상황이 너무 폭압적이어서 폭력 앞에서 인간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봤다. 그런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을 때 피해자는 용서할 마음이 없는데 가해자가 먼저 용서를 이야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럴 때 피해자의 마음은 어떨지 그런 절망감을 그린 거다.” (2007년 5월10일치 <경향신문> 인터뷰)

이창동은 광주 청문회가 한창이던 1988년 문학계간지 <외국문학>에서 ‘벌레 이야기’를 읽고는 작가의 마음을 꿰뚫었다. “첫 느낌이 이게 광주 이야기구나 하는 거였다. 소설이 독자에게 묻는 것 같았다. 피해자가 용서하기 전에 누가 용서할 수 있느냐라고. 그리고 가해자가 참회한다는 것이 얼마나 진실한 것이냐, 그리고 그것을 누가 알 것이냐라고.”(2007년 5월15일치 <씨네21> 인터뷰)

이창동은 2002년 세번째 작품인 ‘오아시스’를 끝내고 ‘벌레 이야기’를 영화화할 것을 결심했다. 이청준도 그랬지만 이창동도 광주를 끄집어내지 않았다. 대신 경남 밀양으로 갔다. “밀양이라는 공간의 느낌과 그 이름이 이루는 아이러니한 대비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영화 ‘밀양’에서 사랑과 희망을 표현한 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탔다. ‘밀양’의 뿌리인 광주에서도 박수소리가 높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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