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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6월 항쟁 20돌, 민주주의의 현주소 / 유종일

등록 2007-05-30 17:49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기나긴 어둠의 세월을 뚫고 민주화를 이룩해낸 뜨거웠던 1987년의 6월 항쟁, 그 20돌이 다가왔다. 산하를 뒤덮은 찬란한 신록이 자연의 생명력을 과시하는 요즘 20년 전에 우리가 거리에서 공유했던 공동체의 희망, 우리가 함께 느꼈던 역사의 생명력을 회상해 본다. 그리고 희망과 생명의 제단에 바친 숭고한 희생들을 떠올린다.

그런데 수많은 희생을 딛고 피어난 민주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준 것일까? 왜 대다수 국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고, 왜 민주화되었다는 정치와 정부는 아직도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가? 우리가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듯 일상적으로 누리는 민주화의 혜택을 의식하지 못한 채 불평만 할 수도 있다. 사실 그동안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신장이라는 면에서나 선거 등 형식적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면에서나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하지만 실질적인 민주화라는 면에서 보면 아직도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회 민주화가 낙후되어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가 바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다. 일부 계층에 특권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사건 무마를 위한 로비 과정에서 드러난 공권력의 사유화는 이들의 특권의식이 허황된 것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에는 이런 사건이 그냥 묻혀가기 십상이었는데 이렇게 불거진 것 자체가 발전이라고 위안 삼아야 하는 것일까.

정치의 민주화도 멀었다. 아직까지 주요 정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패자가 승복한 사례가 없고, 또 경선의 룰을 두고도 경선에 임박해서 후보자들 간에 밀고 당기고 하니 볼썽사납다. 정당정치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부가 국회를 압도하는 기형적 상황도 지속되고 있고, 청와대는 임기말이 될수록 민심에서 멀어져 권위주의화하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모든 언론과 모든 정당이 반대하는데도 기자실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독선을 보면서 “참모는 간데없고 가신만 나부껴”라던 얼마 전 <한겨레> 기사의 제목이 절로 떠오른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중차대한 사안을 국민적 위임이나 사회적 합의도 없이 밀어붙이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묻게 된다.

무엇보다 경제 민주화는 진전이 더디다.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의 규칙을 확립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누구에게나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건강·교육·기본적인 생활 등을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수준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민주화는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경제성장을 제고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재벌개혁은 뒷걸음질치고 있고, 담합이나 주가조작 등 시장교란 행위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하다. 공교육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복지 후진국을 벗어날 전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마르티아 센은 20세기 최대의 역사적 성과는 민주주의의 확산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서도 매우 가치 있는 것일뿐더러 모든 사람들을 통치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사회발전의 동력을 극대화시킨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잘되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과 경제가 발전한다. 이것은 형식적 민주주의로 되는 일은 아니다. 진정으로 모든 국민이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국민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되고 참여의 통로가 열려 있는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것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사회 민주화, 정치 민주화, 경제 민주화를 진전시켜 6월 항쟁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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