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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종차별 / 김지석

등록 2007-06-03 18:08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종차별(speciesism)이라는 말을 처음 쓴 이는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라이더(1940~)다. 그는 1970년대 초반 동물 실험에 반대하면서 이 용어를 퍼뜨렸다. 피부색깔이 다르다고 인종차별(racism)을 하고 여성에 성차별(sexism)을 하듯이, 인간은 자신과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물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철학자 피터 싱어(1946~)와 미국 철학자 톰 리건(1938~)은 그의 논의를 이어받아 현대 동물해방 운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라이더의 72년 책 〈동물, 인간, 도덕: 비인간 학대 연구〉를 발전시켜 싱어가 75년에 쓴 〈동물해방〉은 이 분야 고전으로 꼽힌다.

싱어는 사람이건 동물이건 지각과 의식이 있는 존재의 고통을 무시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종차별을 피하려면 동물도 평등의 원칙에 따라 동등하게 배려해야 한다. 사람의 식생활 습관, 가축 사육 방식, 동물실험 등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반면 리건은 동물도 사람처럼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 역시 고통과 기쁨을 느끼고 지각과 기억을 하는 등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논리다. 두 사람 모두 ‘사람은 능력이 특출해 자연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는 인간예외주의를 거부한다.

얼마 전 서울 국방부 앞에서 있었던 ‘아기돼지 찢어죽이기 퍼포먼스’ 시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군부대 이전반대 이천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미 사과했으나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시위 효과를 높이려고 돼지를 공개적으로 죽인 것은 인간의 종차별 심리를 잘 보여준다.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사는 삶을 지향해 온 우리나라 고유의 생명사상에 어긋남은 물론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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