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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반항과 절도 / 고명섭

등록 2007-06-10 18:06

고명섭 책·지성팀장
고명섭 책·지성팀장
유레카
〈반항하는 인간〉은 알베르 카뮈(1913~1960)가 자동차 사고로 죽기 8년 전에 쓴 책이다. 이 장문의 에세이에서 카뮈는 반항의 정신을 찬양한다. “반항의 심오한 논리는 파괴의 논리가 아니다. 그것은 창조의 논리다. 반항하는 인간의 논리는 인간 조건의 불의에 또다른 불의를 보태지 않도록 정의에 봉사하고, 세상에 가득한 거짓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명료한 언어를 쓰고, 인간의 고통에 맞서서 행복을 위하여 투쟁하는 데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반항하는 인간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반항의 기원을 망각해 버린 사람들, 반항의 길에 나섰던 최초의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삶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과정을 카뮈는 냉정하게 서술한다. 그가 진심으로 찬양하는 반항인은 반항의 한계를 아는 반항인이다. “반항은 결코 전적인 자유의 요구가 아니다. 반대로 반항은 오히려 전적인 자유를 규탄한다. 반항은 바로 무제한의 권력에 반대한다. 반항하는 인간은 자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인정되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카뮈가 보기에, 절도를 내장한 반항이야말로 진정한 반항이다. 절도는 반항의 내면이다. “반항은 자기 자신의 깊은 리듬을 찾기 위해 가장 광란하는 듯한 진폭으로 흔들리는 불규칙한 진자와도 같다. 그러나 이 불규칙한 상태가 도를 넘어 버리는 일은 없다.” 양극의 자력에 흔들리면서도 결코 중심을 잃지 않는 반항의 원리를 카뮈는 ‘정오의 사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한낮의 햇살이 직각으로 내리꽂힐 때 거기 선 사람은 그 햇살의 투명함만큼이나 투명하게 반항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절도 너머로 질주하려는 반항의 힘과 맞선다. 카뮈는 말한다. “절도는 순수한 긴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항인의 이미지를 지녔다. 대통령의 말이 위태롭다. 그의 하늘에 있는 태양은 이제 막 떠올랐거나 벌써 저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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