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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왜 사사건건 노 대통령을 비난하나” / 박찬수

등록 2007-06-10 18:10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지난주 가장 논란이 됐던 뉴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발언을 ‘공무원 선거중립 위반’으로 결정하고, 노 대통령이 이를 정면 반박하면서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9일치 1면 머릿기사를 비롯해 몇 차례에 걸쳐, 청와대가 선관위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적지 않은 독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6일 정치부에 전화를 걸어온 독자는 이렇게 항의했습니다. 그날치 신문 4면에 실린 ‘청와대, 선관위 압박 … 위법결정 미리 차단’이란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청와대가 법적 대응을 얘기한 걸 갖고 선관위를 ‘압박’했다고 볼 수 있는가? 반대로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을 선관위에 고발한 건 왜 ‘압박’이란 표현을 쓰지 않나.”

〈한겨레〉가 왜 청와대 행동을 ‘압박’이라고 표현했는지를 그 분에게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권위가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청와대가 갖는 정치적 무게와 그에 따른 책임은 다른 어느 집단과 비교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발언은 선관위원들에겐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집권당의 가장 큰 선거운동 자산입니다. 집권당 후보들은 퍼스트레이디까지 앞다퉈 초청해 선거에 도움을 받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청와대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선관위는 공정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헌법기관입니다. 선관위 결정에 불복해 헌법재판소로 이 사안을 가져가는 방식, 선관위 결정내용을 대통령이 정면 반박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부터 선관위 결정을 중히 여기지 않으면, 선거에 나서는 수많은 후보들에게 어떻게 선관위의 공정선거 지침을 준수하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청와대가 너무 급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청와대가 이렇게 얘기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선관위 결정내용에 동의하진 않지만, 승복한다. 하지만 정치인인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너무 제한하는 현행 법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 다음 정권에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다른 독자는 좀더 ‘근본적으로’ 〈한겨레〉 보도태도를 문제삼았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후 〈한겨레〉가 사사건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다. 보수언론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

그렇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 굵직굵직한 것만 꼽아도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개헌 문제, 기사송고실 통폐합 문제, 중앙선관위 결정 등에서 〈한겨레〉는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 자체를 부정하고 비판하지 않습니다. 참여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뿐입니다. 최근 청와대의 많은 결정과 행태들은 문제가 많다는 게 저희 판단입니다.

일부 보수 언론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가리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하지만, 〈한겨레〉는 두 정권이(좀더 확장하면 김영삼 정권까지 포함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이란 기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사실에 입각해 반론을 제기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그걸 받아들여 토론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개헌과 자유무역협정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자, 〈한겨레〉가 지면을 통해 이에 답한 것은 그런 예입니다. 앞으로도 참여정부와 〈한겨레〉가 맞부닥친 여러 사안들에서 좀더 깊은 토론과 논쟁을 벌일 기회가 있다면, 저희는 마다지 않을 것입니다.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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