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일본에서는 태평양전쟁이 끝난 직후인 1947~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이른바 단괴(단카이)세대가 올해부터 정년을 맞는다. 정년 연장 추세에 따라 일부는 회사에 남겠지만, 정년 60살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앞으로 3년간 무려 680만명이 퇴직한다고 한다. 이들의 대규모 퇴직 덕분에 앞으로 몇 해 동안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은 경기가 지지부진해도 좋은 일자리를 쉽게 구하는 행운을 누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주받은 89년생’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내신등급 상대평가제’를 처음 적용받는 올해 고교 3학년생들이 자신들을 일컫는 말이다. 1년에 네 번씩 치르는 중간·기말시험을 합쳐 사실상 수능시험을 13번이나 치른다고 이들은 아우성을 친다. 게다가 교육부와 대학의 대립으로 아직까지도 학교별 입시안이 확정되지 않아,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계속된다. 제도가 새로 바뀌면 불안하고 피곤하기 마련이다. 앞서 82년 시작된 학력고사, 94년 시작된 수학능력시험도 처음 이를 적용받는 이들에게는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89년생들에겐 또다른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자 수는 72년 102만명에서 87년 63만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88년부터 조금씩 늘어나, 92년에는 74만명에 육박한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의 진척으로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되고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출생률이 반짝 높아진 까닭이다. 89년생들은 ‘이름 있는 대학’이라는 한정된 ‘지위재’를 놓고 선배들보다 좀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들 세대의 맏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연간 출생자 수가 70만명을 넘는,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은 89년생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에 시달릴 것이다. 출생자 수는 93년부터 다시 줄어, 2005년엔 43만8천명에 그쳤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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