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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붕당론 / 김지석

등록 2007-07-15 17:35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근대 이전 우리나라와 중국에 존재한 정치적 당파를 붕당(朋黨)이라 한다. 붕당은 당쟁의 주역으로 비난받지만, 나름대로 세련된 이념과 정치운영 장치를 갖추고 여론을 폭넓게 반영하려고 애쓴 정치집단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붕당정치에 대한 입장은 크게 넷으로 나뉜다.

첫째는 적극적 붕당론이다. 대표적 붕당론자인 송나라 구양수(1007~1072)는 도의를 함께 하는 군자와 이익을 추구하는 소인을 구분한 뒤 군자의 당이 바로 붕당이라고 했다. 따라서 왕이 붕당을 잘 활용하면 나라가 흥한다. 도학정치를 추구한 조선시대 개혁적 사림파는 적극적 붕당론을 실천에 옮긴 이들이다.

붕당간 다툼이 심해지면서 나온 게 조정론이다. 양시양비론과 균형론이 이에 해당한다. 양시양비론은 붕당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사안별로 엄격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주장이다. 당파를 떠나 능력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능력주의도 양시양비론의 일종이다. 이와 달리 균형론은 각 당파 인물을 골고루 기용해 정치적 균형을 꾀하려는 현실론이다. 조선 선조 이후 왕들은 대개 조정론에 기댔다.

다음으로 방기론과 붕당 해소론이 있다. 방기론은 상처가 저절로 아물듯이 내버려두면 붕당이 사라진다고 본다. 반면 해소론은 왕권 강화를 통한 붕당 해소를 추구한다. 청나라 옹정제가 ‘공정한 마음을 가진 이는 황제뿐’이라며 사대부 중심 붕당론을 공격한 것이 그 예다. 18세기 후반 정조의 탕평책 역시 해소론의 성격이 강했다.

붕당은 지배세력인 사족의 이해를 반영하는 데 그친 점에서 분명 현대사회의 정당과는 다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 정당을 보면 붕당보다 나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투구를 계속하는 한나라당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범여권 모두 조정론 또는 해소론이 어울릴 현대판 붕당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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