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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여성 대통령 괜찮을까?

등록 2007-07-24 17:28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칼럼
한나라당의 경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는 귀티가 난다. 화사한 웃음 뒤에 슬픔이 엿보인다. 언제나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범여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명숙 전 총리는 가식이 없고 푸근하다. 식사 자리에서 젊은 기자들에게 찌개를 떠서 나눠주는 모습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두 여성 정치인이 대선 가도를 달리고 있다. 남성 정치인들과 어깨를 당당히 겨룬다. 경력도 업적도 화려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범여권에서 ‘빅4’에 들어간다. 남성 정치인들에게 이들은 위협적이다. 더는 ‘장식용’으로 보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핸디캡이 있다. 여성이라는 것이다.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미디어 다음’과 아르앤아르(R&R)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대통령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2.6%(1000명 대상 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오차한계 ±3.5%포인트)로 나타났다. 그런가?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당위론’에 기운다.

<한겨레>에서 7월11일 대구·경북의 4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표적집단 심층좌담을 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물었다.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

“사람은 좋지만, ‘저 사람이 할 수 있겠나’ 하는 의문이 있다.”

“여자니까 미약하지 않을까?”

여성 정치인들의 ‘능력’을 두고 품는 의구심은 종종 여성에 대한 편견의 다른 표현이다.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근혜 전 대표에게 ‘여성 핸디캡’을 물어봤다.

“우리 사회에 그런 편견이 남아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워낙 다이내믹해서 변화에 대한 적응도 빠른 편이다.” 기대 섞인 대답일 것이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를 두고 “사회활동도 많이 하시고, 상당히 온화한 느낌을 준다”며 “그런데 정책에서는 많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한명숙 전 총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 보았다. 그는 여성 정치인의 입지가 넓어진 것을 박근혜 전 대표의 공으로 돌렸다. 물론 이념과 정책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그렇다. 두 사람은 여성 핸디캡을 안고 있으면서, 각각 보수와 진보라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들은 기묘하게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같은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보수와 진보가 화해하고 타협해서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평화’ ‘화해’ ‘소통’은 남성성보다는 여성성과 더 친숙한 개념이다.

문제는 화해를 일궈낼 ‘주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이 ‘역사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한명숙 전 총리는 자신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자격’이 있다고 설명한다. 논리적으로는 한명숙 전 총리의 말이 더 타당하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힘은 박근혜 전 대표가 많이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수구’나 ‘박정희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부당하다. 한명숙 전 총리를 ‘이념’이나 ‘권력의지 부족’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부당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 응답자들이 박근혜 전 대표나 한명숙 전 총리를 많이 지지한다. 성 정체성에 대한 자각 현상인 것 같다. 바람직하다.

박근혜 전 대표나 한명숙 전 총리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치인을 평가할 때도 여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여성 대통령 괜찮을까? 괜찮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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