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두바이 탑이라는 뜻을 가진 ‘버즈 두바이’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다. 이 건물은 현재 512미터 높이까지 올라가 그동안 최고층 건물이던 대만의 ‘타이베이 101’(508미터)을 눌렀다. 버즈 두바이가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갈지는 아직 비밀이지만, 발주자인 ‘에마르 개발’ 쪽은 적어도 800미터 이상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63빌딩(249미터)보다 세 배나 높다.
그러나 버즈 두바이가 꿈에 그리던 세계 최고층 건물의 명성을 간직할 날도 그다지 길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최대 경쟁자는 같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나킬 개발’(Nakheel Properties)이 추진하는 ‘알 버즈’다. 알 버즈의 높이도 일급 비밀이지만, 중동의 경제전문 사이트인 미드 닷컴(Meed.com)은 최근 대략 1200미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즈 두바이로부터 불과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건설되는 알 버즈는 이미 땅파기가 시작됐다. 바레인 마나마에 세워질 ‘머잔 타워’도 1022미터로 계획돼 있다.
삼성물산이 주계약자로 건축을 담당하고 있는 버즈 두바이는 사흘에 한층씩 올라가고 있다. 세계 건축사의 새 기록이다. 굳기 전에 고강도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빨리 올리는 현장 기술도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물산은 지상에서 126층 높이인 452미터까지 한번에 콘크리트를 쏘아 올림으로써 대만·일본 시공업체가 그동안 보유한 기록(450미터)을 깼다.
버즈 두바이의 4000여 노동자는 대부분 인도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출신이다. 하루 3교대로 밤샘작업을 하는데도 평균 일당은 4달러에 불과하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반발한 현지 시공업체의 노동자들이 지난해 3월 버즈 두바이 인근 공사장에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의 화려함 속에 노동자의 한숨이 들려오는 듯하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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