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이국주의 / 고명섭

등록 2007-08-19 17:57

고명섭 책·지성팀장
고명섭 책·지성팀장
유레카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가 논란 속에 흥행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디 워>는 한국 영화에서 전례가 없는 독특한 팬덤 현상을 일으켰다. 심 감독 또는 <디 워>의 옹호자들이 영화의 발진에 동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사회적 논란의 한 축을 이루었고, 이후 논란은 영화인 대 비영화인, 비평 그룹 대 일반 관객으로 번졌다.

이 영화를 못마땅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그 현상에서 민족주의·국가주의, 뭉뚱그려 애국주의의 과잉을 읽어냈다. 그러나 그런 개념적 표현 밑에는 이 영화에 담긴 ‘취향의 촌스러움’에 대한 감성적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 화면에는 조선시대가 배경인 사극의 풍경과 최신 서구 판타지 영화의 풍경이 나란히 등장한다. 요컨대, <전설의 고향>과 <반지의 제왕>이 맞부딪치는 것인데, 그런 충돌이 만들어내는 효과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당혹감을 줄 법도 하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를 즐기는 전 세계 관객의 처지에서 보면, 이 낯섦은 하나도 낯설 것이 없다. <전설의 고향>이나 <반지의 제왕>이나 현실 자체와 무관한 판타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디 워>의 경우는 한국 전통의 소재를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말하자면, <디 워>의 영화 내적 전략은 애국주의가 아니라 이국주의(이그조티시즘)다. ‘여의주’니 ‘이무기’니 하는 번역 불가능한 말들이 튀어나오는 것도 이 이국주의의 한 양상이다.

그러고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것도, 영화의 논리상 자연스럽다. 못 들어본 민속음악은 낯섦의 효과를 낸다. 다만 그 이국취미가 정작 국내에서는 애국취미로, 다른 한편에서는 저급취미로 이해되었다. 철학자 강유원씨는 어디선가 “비평은 고작 취향에 개입하는 권력일 뿐”이라고 했다. 취미의 문제가 권력의 문제로 바뀌는 국면을 떠들썩하게 보여준 것이 이번 논란일 것이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