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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청탁 / 김종철

등록 2007-09-04 17:44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정조 때 지금의 법무부 차관인 형조 참판을 지낸 유의(1734년~?)는 조선시대 청백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다산 정약용은 검소하고 청렴한 유의의 모습을 공직자의 모범으로 기록하고 있다. 당시 조정의 고관들은 지방 수령들에게 자신들과 가까운 토호들을 잘 봐 달라는 부탁을 예사로이 했으며, 중앙무대로 복귀를 바라는 수령들은 이를 기꺼이 들어줬다. 그러나 홍주목사로 내려간 유의는 어떤 청탁도 받지 않았다. 정치 다툼에서 밀린 다산이 홍주목에 속한 금정도(충청도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역로. 현재 청양군 남양면 금정리)의 책임자인 찰방이라는 한직으로 있을 때였다.

“내가 (홍주목사 유의에게) 편지를 띄워 공적인 일을 의논하고자 하였으나 답신이 오지 않았다. 나중에 내가 홍주에 가서 만난 자리에서 ‘왜 답장을 하지 않았소?’라고 물어보자, 그는 ‘나는 수령으로 있을 때는 원래 편지를 뜯어보지 않소’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시중을 드는 아이에게 편지함을 쏟으라고 명령했는데 조정의 귀인들이 보낸 모든 편지가 뜯기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그건 참으로 그럴 만하지만 내 편지는 공무였는데 어째 뜯어보지 않았소?’라고 묻자, 그는 ‘만일 공무였다면 왜 공문으로 보내지 않았소?’라고 답했다. 내가 ‘마침 그것이 비밀리에 해야 할 일이었소’라고 하자, 그는 ‘그렇다면 왜 비밀 공문으로 보내지 않았소’라고 했다. 나는 거기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가 사사로운 청탁을 끊어 버리는 것이 이와 같았다.”(<정선 목민심서> 다산연구회 편역)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해 8월 부산 지역 토건업자의 부탁을 받아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연결시켜줬던 일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억원의 뒷돈을 챙긴 전 부산국세청장은 구속됐으며,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수사선에 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청탁 배격이 공직자의 첫번째 몸가짐이거늘!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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