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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호남 후보 불가론은 허구다

등록 2007-09-04 18:45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호남 후보로는 안 된다는 정서가 퍼져 있다”고 했다. 김현미 의원은 그러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동영 경선후보의 대변인이다. 아차! 정동영 후보가 호남 사람이었던가? 하긴, 천정배 후보도 호남 출신이라 고전한다고 했다.

1997년에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독일에서 공부하던 유시민 후보가 <97 대선 게임의 법칙>이라는 책을 썼다. 요약하면 “비호남 유권자들의 ‘반김대중 정서’ 때문에 김대중 총재는 당선이 어려우니, ‘제3후보’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틀렸다.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런 수준의 토론에 머물고 있다. 정치적으로 별로 발전하지 못한 탓이리라. 2007년 대선에서 지역주의는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까?

한나라당을 살펴 보자. 대구는 한나라당의 ‘본토’다. 이명박 후보는 대구에서 대패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68%인 5072표를 얻었는데, 그는 31%인 2305표에 그쳤다. 그런데도 후보가 됐다. 최대의 표밭인 서울에서 1만6190표(58%)를 얻어, 1만1113표(40%)에 머문 박 전 대표를 따돌린 덕분이다. ‘서울’이 ‘대구’를 이긴 것이다. 대구에서 진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된 것은 한나라당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이명박 후보는 호남에서도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역주의는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경선 이후 지지율 50%가 넘는 이명박 후보의 질주는 영남 유권자들의 결집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호남의 이명박 후보 지지는 범여권의 지리멸렬과 관련이 있다.

지금 영남은 뭉쳤고, 호남은 흩어져 있다. ‘3대 마피아’라는 호남향우회의 위력도 예전만 못하다. 호남이 왜 그렇게 됐을까?

첫째,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한’은 풀었다. 둘째,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호남 민심이 쪼개졌다. 셋째, 전폭 지지했던 노무현 대통령한테 실망했다.

호남 사람들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추구한다. 이해타산에 밝다. 하지만 ‘명분’을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명분을 중시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문에 생긴 습성이다. 그런데 범여권 후보들은 이명박 후보의 경제 담론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 후보 불가론은 당위론과 현실론 두 측면에서 모두 틀렸다. 당위론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호남 출신은 죄인이 아니다. 차별하면 안 된다. ‘호남 출신은 안 된다’는 얘기는 ‘호남이니까 무조건 밀어주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이다.

현실론을 따져 보자. 호남 후보 불가론을 뒤집으면, 비호남 후보 승산론이다. 호남이 똘똘 뭉쳐 비호남 후보를 밀어주면 대선에서 이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호남은 뭉치지 않고 있다. 2002년과 많이 다르다.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내부 결속이 안 되는 판에 외연 확대를 하자는 주장은 공허하다. 기초체력이 안 되는 씨름선수가 기술을 함부로 쓰면 뼈가 부러진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범여권 후보들은 정책과 비전, 이념과 노선으로 겨뤄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송영길 의원은 손학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같은 당 안에서 누구는 안 된다는 편가르기식 구태정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려면 처음부터 당을 같이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마찬가지 이치로 호남 후보 불가론은 부도덕하다. 그리고 옳지도 않다. 선거는 게임이 아니다. 설득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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