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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가이사와 하나님 사이의 정산 문제 / 반이정

등록 2007-09-10 17:58

반이정/미술평론가
반이정/미술평론가
야!한국사회
신앙인의 시각에서는 불편한 주장일 테지만, 신앙에의 집착을 정신질환과 연관짓는 해석은 셀 수도 없다. 로버트 퍼시그는 개인의 망상이 정신이상이라면 다수의 망상은 종교라고 풀이했고, 프로이트는 종교체험이 지적 심리적 발달에 저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전 세계적 근대화가 진행된 20세기 초 유력한 지식인들은 세속주의의 부상에 따라 종교의 전근대적 속성인 신비주의, 비합리성, 구습 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리라 낙관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종교 부활이 발생했고 특히 압축 성장과 도시 이주로 정체성 혼란을 겪은 한국 타이 등지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도시화가 낳은 공동체 상실의 공백을 종교가 대체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케펠은 ‘신의 설욕’이라 표현했고, 세기말 종교 소생의 한 예로 타 지역 선교 활동을 지목했다. 선교를 제국주의의 얼굴마담, 혹은 주체할 수 없는 선민의식의 표출로 분석하는 것도 이제 진부할 지경이지만 그 끝은 안 보인다.

물론 이들이 이런 비난에도 선교를 강행하는 데는 그들 나름의 명분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의 피랍자 대표는 입국장에서 “저희가 받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아프간을 방문했다고 해명했다. 취지 좋다. 그럼에도 이들의 생환을 바라보는 여론은 대체로 비호의적이다. 한 토론방송에서 대선 후보 손학규씨는 피랍자 구상권 청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봉사 차원에서 간 만큼 따뜻하게 맞이해야 한다”며 사실상 구상권 청구에 반대했지만, 9월6일 <매일경제>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몸값이 건네졌다면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87%에 이르렀다니, 다수의 정서와는 감이 먼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여론이 이렇듯 매정한 데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정부의 만류를 무시한 출국 강행, 아프간 현지에서 찬송하는 사진을 올린 피랍자의 미니홈피. 사태 해결 후에는 출국자의 유서를 교회가 받아둔 것이 폭로되었고, 살해된 피랍자를 순교에 빗댄 설교가 문제되었으며, 선교를 계속하겠다는 박은조 목사의 외신 인터뷰가 논란으로 부상했고, 국정원장은 몸값을 부인하지 않는 모호한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정황만이 강경한 구상권 청구 자세를 전부 설명하진 않는다. 더 큰 원인은 개신교가 심어준 유서 깊은 이질감에서 출발한다. 쟁점에 다가가려면 각자 솔직해질 필요가 있는데, 샘물교회가 사태 발생 후 대국민 사죄를 내놨는데, 그 진정성을 믿었는가?(나는 안 믿었는데, 예상대로 선교 강행 발언이 나왔다) 유언장에 대해 모른다고 했는데 믿었는가?(나는 안 믿었는데, 예상대로 유언장을 출국 전 건넸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민에게 사죄한 피랍자 가족의 호소를 믿었는가?(나는 안 믿었는데, 예상대로 피랍 기간 중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일을 진행시킬지 기대가 크고 참 신나고 재미있다”고 말한 피랍자 어머니의 경악할 만한 간증 동영상과 메모가 발견되었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과시적 선교행위의 자중을 공식 발표했는데 이건 믿을 만할까?(난 이것도 못 믿겠다)

이런 누적된 불신이 내게 그들을 딴 나라 사람들로 각인시켰다. 그들 표현대로라면 ‘하나님 나라’ 사람이겠다. 몸값 구상권 청구의 높은 여론도 이런 이질감의 한 표현이라고 나는 추정한다. 신약에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구절이 있는 걸로 안다. 하나님 나라 국민의 믿음이 초래한 불상사를 가이사가 금전적으로 무마했다면, 가이사에게 세금을 낸 국민은 그 내막을 알 권리가 있고, 하나님 나라 국민과 교회는 환급할 의무가 있다. 이건 두 나라 사이에 벌어진 금전 관계이니만큼, 정산 명확히 하자.

반이정/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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