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현/한국여성민우회 편집위원
야!한국사회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 성매매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대선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들에게 이 불법행위를 ‘지혜롭게’ 하는 법을 한 수 전해줬다. 남성들을 상대로 일상적 성매매를 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타이의 마사지업소의 예를 들어 ‘마사지걸’을 고르는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그것을 ‘인생의 지혜’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농담’이나 음담패설을 통해 언론인들과의 남성적 유대감을 돈독히해 왔던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에 발생한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도, 연초에 발생한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문화일보 강안남자’ 관련 망언도 모두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언론인들과 유대를 강화하고자 마련한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후보의 잇따른 망언은 그가 단지 여성비하적 인성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며칠 전 지방의 중소기업인들 앞에서 “우리나라처럼 비효율적이고 불법적이고 극렬한 노동운동을 하는 곳은 없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기본적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하면서도, 여성의 성적 상품화에 대해서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행위로 여기는 독특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저급하기 짝이 없는 그의 인간관과 노동운동을 폄하하는 국가경제 경영관은 그가 대권을 잡았을 때 펼쳐갈 정책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후보는 줄곧 공석과 사석을 막론하고 노동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불안정 고용의 형태를 활용하여 부유한 계층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적으로 재분배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그는 기업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한편,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불법화하는 현정권의 기업 편향적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그의 여성비하 발언은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성적 서비스 산업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시장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적 현실에 대한 그의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의 이러한 노동관과 여성관이 위험한 것은 이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경제 논리가 여성을 비롯하여 불안정 고용 상황에 놓여 있는 노동자 등 특정 집단을 주변화하고 비인격화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착취와 인권 침해를 정당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는 그 망언의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이 나라의 핵심적인 오피니언 리더들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이 후보의 발언을 그다지 문제 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재 주요 언론들이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을 대서특필하는 상황과 사뭇 대조적이다. 수년 전 주기적으로 발생했던 ‘아무개양 비디오’ 사건 시리즈를 연상케 한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 사진 게재’ 사건이 발발하자, 주요 언론들은 이를 이어 받아 지면을 온통 이 사건으로 장식했다. 문화일보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들춰보고자 하는 관음증적 욕망을 국민들의 ‘알 권리’로 둔갑시켰고, ‘조·중·동’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들 역시 이 행렬에 동참했다. 국민들은 나라를 책임질 대통령이 가진 가치관이나 철학에 대해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언론들은 이러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좀더 성실해야 하지 않을까.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이명박 후보의 얕고 천박한 망언과 그에 대해 기묘한 침묵을 보여주고 있는 대다수 언론들의 행태는 이런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권수현/한국여성민우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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