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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형님뉴스’의 눈에 비친 공기업 / 우석훈

등록 2007-09-19 17:57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삼인삼색’과 <에스비에스> 웃찾사의 ‘서울나들이’는 요즘 내가 아주 푹 빠진 프로그램들이다. 너무 재미있다. 우연히 ‘부작용’ 박지선을 본 이후로 간만에 한국 사회의 희망을 보았다. 저런 천재를 개그가 아니면 또 어디에서 볼 수 있으랴! ‘서울나들이’를 보고 나면 시사개그에 해당하는 ‘형님뉴스’가 나오는데, 길용이가 빠진 다음 영 산뜻한 웃음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요번 주에는 누가 ‘형님뉴스’의 도마에 오르는지, 그야말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이 ‘형님뉴스’의 요즘 단골 메뉴가 공기업이다. 하여간 지금처럼 체감경기도 힘든 한국경제에서 ‘철밥통’을 넘어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문득 멕시코 생각이 나기도 했고, 그런 공공기관 부장 자리를 그만두고 나오던 예전 내 모습이 다시 기억나기도 했다. 나의 공공기관 부장 시절은 즐거움과 안타까움이라는 두 가지 색깔로만 칠해진 소묘화 같다.

정확히 따지면, 우리나라에는 공공기관 298곳이 있고, 종사자는 24만명, 총자산은 약 627조원에 이른다. 이들의 연간 예산은 정부재정의 1.1배에 해당하는 272조원이다.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정부 예산 규모가 다른 선진국에 견줘 미흡한 것까지 고려하면 아직은 엄청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이 298곳 중에서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은 정확히 24곳인데, 이 중 시장형으로 분류되는, 곧 거의 일반 기업과 유사하게 자체수입 비율이 85% 이상인 것은 6곳이고, 비시장형 공기업까지 합치면 모두 24곳이다. 그러나 경제적 의미에서 기업처럼 작동하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나 부산항만공사 같은 공항과 항만을 빼면,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둘이다. 여섯 곳은 민간에 넘겨주더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전력 안전 등 기관의 공적 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는 증권예탁결제원을 비롯한 준정부기관 78곳, 그리고 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한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197곳이 있다. 이 중에는 한 때 총리실에 근무했던 내가 보더라도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거나,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정동극장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기관들은 원칙적으로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은 공공지출 혹은 공적 관리의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멕시코에서 나프타(북미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할 때 많은 멕시코 국민은 부패한 공기업보다는 차라리 미국기업이 낫다고 외쳤다. 해도해도 너무했나 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런 변화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형님뉴스’의 정서가 바로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민영화냐, 폐지냐, 아니면 근본적 개혁이냐, 세 가지 중 하나를 받아들여야 하는 결정적 운명의 순간이 우리의 공공기관들한테도 오게 된다.

나는 개혁을 통한 공공 기능의 강화를 바라지만, 다음 정권 때 최소한 10% 이상의 기관은 민영화 혹은 폐지될 것이다. 혹시 개혁과 변화를 통해 존재의 이유를 설명할 생각이 있다면 바로 지금 하시라. 지금은 ‘형님뉴스’지만, 9시뉴스의 논평에 특정 공공기관 문 닫으라고 나올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새로 신설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제7차 회의록까지 읽어보니, 정신들 못 차렸다는 말이 절로 입 밖으로 나온다. 국민정서는 지금 민영화 지지로 가고 있다. 지금 새 기관 창립 논의할 때가 아니다. ‘형님뉴스’의 지적, 우습게 볼 것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공공기관 개혁을 생각할 마지막 순간인 셈이다.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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