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정부의 땡처리 미분양 주택 매입 / 김용창

등록 2007-10-03 18:07수정 2007-10-03 19:04

김용창/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김용창/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드디어 때가 왔나 보다. 대통령 선거철에 맞춰 종합부동산세 완화 법안을 제출하거나 종부세 부과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말들이 많아지고, 건설경기가 갑자기 나빠지는 상황에 대처하지 않으면 경을 칠 거라는 엄포성 보고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어차피 임대주택을 지을 바에야 미분양 주택이 있으니 정부가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빠른 시일에 임대주택 수를 늘릴 수 있고, 주택건설시장 안정 효과도 있다는 주장이 일견 그럴듯하지만 따져볼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주택정책 담론 싸움에서 앵무새처럼 떠드는 말이 있다. 시장논리에 입각해서 분양가를 자율화하면 주택공급이 늘어나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난 몇 해 동안의 경험을 보자. 분양가 통제의 일환인 원가연동제 시기에 해당하는 1992년부터 96년 사이의 주택건설 실적보다 분양가 전면 자율화를 실시한 99년부터 2004년 사이에 오히려 매년 10만7천 가구를 적게 공급하였다. 그사이 분양가 자율화 덕분에 아파트 분양가격만 터무니없이 치솟았고, 주택사업은 큰 고민 없이 횡재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그래도 시장논리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최소한 수요가 부족하거나 공급이 많을 때는 공급량을 줄이든지 공급가격을 대폭 내려야 할 것이다. 정부가 파악한 대로 최근 미분양 주택 증가는 투기수요 감소와 주택보급률 증가 등으로 주택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주택건설은 증가하지만 분양가격은 오히려 한껏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올 7월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9만1천 가구인데, 수도권은 6.1%에 불과하며 지방이 93.9%를 차지하고, 게다가 전용면적 85㎡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가 45%를 차지한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방의 주택보급률은 작년에 이미 126.6%에 이르렀는데 지방에 중대형 규모 중심으로 높은 분양가격을 책정하여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논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러고서 팔리지 않는 주택이 다량 발생하자 주택업계는 정부에 공공 매입을 건의하고, 자상하게도 정부는 이를 들어준다. 전용면적 60㎡ 이하 규모는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포함하여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지방의 60㎡ 이상 중대형 규모는 매입하여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늘 시장 타령을 하면서 최소한의 기업가적 논리도 갖추지 않아 미분양 사태를 유발하고 뒤처리 업자로 정부가 나선 모양새다. 그러면 분양가 자율화 정책을 배경으로 그간 막대한 이윤을 올린 것은 도로 환수할 것인가? ‘통째 먹는 놈은 맛도 모른다’는 말이 어울리는 대충대충의 주택건설시장이다.

그리고 임대주택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다고 하지만 임대주택 수요의 대부분은 서울과 서울 주변의 위성도시에 있는데다, 현재의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짓는 임대주택도 저소득층의 주력 생활공간과 입지가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과연 지방 중심의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매입하여 활용하는 것이 입지수요에 부합할 수 있을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개별 가구도 사정이 급박하여 집을 팔 때는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까지 급매로 내놓지 않는가? 미분양 주택의 정부 매입가격을 이른바 ‘땡처리’ 가격으로 하겠다는데 과연 정부가 말하는 땡처리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두고 봐야겠다. 손해 보고 판다는 장사치 말은 믿을 게 못 된다는데 설마 정상 이윤을 보장하는 가격이 땡처리 가격은 아닐 것이다.

김용창/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탄핵 윤석열!’ 그다음은? [세상읽기] 1.

‘탄핵 윤석열!’ 그다음은? [세상읽기]

국회선 ‘김건희 국감 공방’, 김 여사는 ‘순방’ [10월7일 뉴스뷰리핑] 2.

국회선 ‘김건희 국감 공방’, 김 여사는 ‘순방’ [10월7일 뉴스뷰리핑]

통일, 그 이상론과 현실론 [문정인 칼럼] 3.

통일, 그 이상론과 현실론 [문정인 칼럼]

‘김’이 곧 국가다? [아침햇발] 4.

‘김’이 곧 국가다? [아침햇발]

담배와 스마트폰 [유레카] 5.

담배와 스마트폰 [유레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