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건설족들의 나라 / 유종일

등록 2007-10-17 17:53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소위 ‘반값 아파트’가 참담한 실패로 끝나는 모양이다.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도입된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 첫 분양이 실시되었으나 청약이 극히 저조했고, 청와대가 서둘러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있었다. 반값 아파트의 실패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장기전세주택의 성공과 대조를 이룬다. 장기전세주택의 인기는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주거안정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값 아파트의 실패는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의 경우 말이 반값이지 실제로는 주변 시세와 유사한데 20년간 시세차익은 기대할 수 없으니 소비자가 외면하는 건 당연하다. 토지임대부 주택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정부나 일부 전문가들은 반값 아파트 정책이 애초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공공택지를 주택업체에 공급할 때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기존 분양주택 공급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분양가 인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분양가 인하보다는 주택공사의 수익을 앞세운 탓이다. 서울시가 하는 일을 정부는 왜 못할까? 혹시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에 안 하는 것이 아닐까?

민자유치 사업을 하면서 정부가 수요예측을 잘못해 국민세금으로 물어줘야 하는 적자보전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연결하는 인천공항철도다. 거의 모든 열차가 텅텅 비다시피 운행하고 있다. 올해 이용객 수는 건설 당시 정부 예측치의 7%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민간투자사업자의 적자보전금으로 내년에 편성한 예산은 무려 3186억원에 달한다. 민자유치 사업은 외국자본 등 민간자본 등을 끌어들여 도로·항만·철도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민자사업제도는 불투명한 사업 및 사업자 선정 과정을 통해 사업시행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변질돼 막대한 예산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국가재정 사업과 달리 민자사업이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검토 과정이 생략돼 있어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까지 민자로 건설되고, 업계 로비에 의해 공사비가 엄청나게 부풀려지고 있다. 애초 사업추진을 위해 통행량을 과대평가한데다 부풀려진 공사비 때문에 통행료를 과다하게 받으니 실제 통행량이 터무니없이 적어 막대한 운영적자가 발생하고 이를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유휴 민간자본을 활용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경기도 살리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대부분 대형 건설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자사업은 건설업체들을 위한 최고의 복지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미분양 아파트 매입’ 대책도 가관이다. 지방 아파트 미분양이 심해져 건설사 부도 위험까지 커졌으니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 임대아파트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방경제의 침체를 우려한 고육지책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세금으로 기업 손실을 메워 주는 건 좀 심하다. 시장경제에서 물건이 안 팔린다고 아우성치면 정부가 사주어야 하나? 혹시 정부의 건설업계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나온 정책은 아닐까?

경제가 발전할수록 물적 자본보다 지식자본이 중요하게 되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시멘트보다는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례적으로 커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상위다. 토건국가라 불리는 일본이 무색할 정도다. 다음 정부에서는 좀 변할 수 있을까?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탄핵 윤석열!’ 그다음은? [세상읽기] 1.

‘탄핵 윤석열!’ 그다음은? [세상읽기]

국회선 ‘김건희 국감 공방’, 김 여사는 ‘순방’ [10월7일 뉴스뷰리핑] 2.

국회선 ‘김건희 국감 공방’, 김 여사는 ‘순방’ [10월7일 뉴스뷰리핑]

통일, 그 이상론과 현실론 [문정인 칼럼] 3.

통일, 그 이상론과 현실론 [문정인 칼럼]

‘김’이 곧 국가다? [아침햇발] 4.

‘김’이 곧 국가다? [아침햇발]

담배와 스마트폰 [유레카] 5.

담배와 스마트폰 [유레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